마음이 여름

가장 뜨겁게 살아 있는 계절

by Helia

마음이 여름이면, 나는 쉽게 사랑하고 쉽게 울어버린다.
햇살처럼 금세 뜨거워지고, 소나기처럼 불쑥 쏟아지고, 바다처럼 한없이 밀려든다. 덥고 지치면서도, 그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살아 있음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그런 계절이 있다.
유난히 마음이 무겁게 달아오르고, 또 쉽게 식지 않는 계절. 나에겐 그게 바로 여름이다.

여름의 마음은 늘 과잉이다.
매미 울음은 귀를 파고들고, 선풍기는 한시도 쉬지 못한다. 차가운 수박을 베어 물어도 갈증은 금세 돌아온다. 그렇게 모든 게 넘치고, 모든 게 모자란 계절. 내 마음도 다르지 않다. 사소한 말에도 흔들리고, 작은 기억에도 오래 젖어든다.

낮의 여름은 불안정하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잔뜩 흐리다가도, 순식간에 빛을 터뜨린다. 내 마음도 그렇다. 어느 날은 장마 구름처럼 무겁고, 또 어느 날은 햇살처럼 가벼워진다. 그 사이에서 나는 늘 흔들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흔들림이 내 안을 키운다.
여름은 참을성 없고 서툴지만, 그래서 더 솔직하다. 타협을 모르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불편할 정도로 뜨겁지만, 그 진실함 때문에 끝내 끌려가고 만다.

밤의 여름은 다르다.
낮 동안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려는 듯 바람이 부드럽게 스민다. 창문 너머로 흘러드는 매미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 간간이 터지는 불꽃놀이 불빛. 그 모든 게 겹쳐져, 마음 한구석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나는 그 시간에 자주 예전의 나를 떠올린다.
여름방학 밤마다 들던 작은 탁상선풍기 소리, 시골집 마당에서 마신 옥수수차 맛,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던 오후. 그 기억들이 여름의 마음과 겹쳐, 다시 살아나는 듯 아프도록 선명해진다.

마음이 여름일 때 나는 바다를 찾고 싶어진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마치 감정 같다. 어떤 파도는 발자국을 지우고, 어떤 파도는 조개껍질을 남긴다. 내 마음도 그렇다. 어떤 기억은 순식간에 지워지고, 어떤 말은 모래에 깊게 새겨져 오래 남는다.

여름의 마음은 소나기다.
예고 없이 찾아와 세상을 적시고, 순식간에 그쳐버린다. 흠뻑 젖어 당황스러워도, 그 뒤의 공기는 유난히 맑다. 내 울음도 그렇다. 터져 나올 때는 감당하기 힘들지만, 다 쏟아내고 나면 오히려 숨이 가벼워진다.

나는 여름의 마음을 미워하지 않는다.
덥고 번잡해도, 결국 나를 자라게 하는 계절이니까. 지치고 쓰러지더라도, 그 뜨거움 속에서 나는 한 뼘 더 단단해진다. 장마가 끝난 뒤의 파란 하늘처럼, 태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처럼.

여름 같은 사람들도 있다.
한 번 스치면 오래 기억에 남고, 쉽게 다가오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순간을 전부 걸고 사랑하고, 그 열기로 타인을 흔든다. 나는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짧아도 강렬하게, 사라져도 오래 기억되는 계절 같은 사람.

하지만 여름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너무 뜨겁기 때문이다. 여름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불타오르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만다. 그래서 여름은 늘 짧다. 짧지만 깊게 새겨지고, 멀리 떨어져서야 그리워진다.

나는 안다. 지금 내 마음이 여름이라는 걸.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는다. 쉽게 웃고, 쉽게 지친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선명하게 사랑하고, 가장 치열하게 살아간다. 언젠가 이 뜨거움이 지나가면 나는 다른 계절을 맞이하겠지. 가을의 차분함, 겨울의 고요, 봄의 설렘. 그러나 그 모든 계절의 중심엔 여름의 흔적이 자리할 것이다.

여름은 늘 불편하다.
땀은 멈추지 않고, 밤은 쉽게 식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지? 지나고 나면 가장 간절하게 그리운 계절도 결국 여름이다.

마음도 똑같다.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 이 열기를 떠올리면 나는 웃을 것이다. 덥다고 투덜대던 날들, 선풍기 바람 앞에서 잠들던 순간들, 소나기에 흠뻑 젖던 기억들. 모두 내 마음의 한 챕터가 되어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여름 같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 힘들어도, 조금 번잡해도, 끝내는 가장 뜨겁게 살아 있음을 증명해 주니까.

마음이 여름이면, 나는 오늘도 쉽게 사랑하고 쉽게 울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내 삶을 더 빛나게 한다.
그리고 나는 안다. 가장 뜨겁게 살아 있는 계절은 늘, 여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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