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밤의 우편함

by Helia

파도는 또 한 통의 편지를 굴려 보냈다.
모래 위에 멈춘 유리병, 달빛이 껴안은 채 반짝였다.

고래밥이 뚜껑을 열자 바다내음이 흘렀다. 종이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달이 가장 얕아질 때, 바다는 우편함을 연다. 모래가 계단이 되는 곳에서 너희 이름을 불러보아라.”

둘은 맨발로 썰물의 계단을 내려갔다. 바위틈에서 낡은 나무 뚜껑을 찾았다. 작은 열쇠가 꼭 맞았다. 뚜껑이 열리자, 수많은 병들이 그들 앞에 누워 있었다. 이름과 날짜가 달린 표지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빈 병 하나가 반쯤 열려 있었다.

돼지바가 속삭였다. “여기… 우리 자리 아닐까?”
둘은 그 안에 말을 넣었다.
늦어서 미안해. 괜찮아. 다시 해보자. 천천히 가자.
파도는 그 문장들을 고요히 삼켰다.

곧 또 다른 병이 굴러왔다.
“이제 중요한 건, 누가 먼저 찾았는지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들을 것인지다.”

둘은 서로의 가슴께를 톡, 두드렸다.
“여기. 너 우편물 우선.”
그 웃음은 달빛보다 오래 남았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병에는 단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내일의 우리에게.”

그들은 병을 열지 않았다. 아직 쓰지 못한 문장들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돌아오는 길, 돼지바가 물었다.
“내일의 우리에게 뭐라고 쓸까?”

고래밥은 허공에 글자를 그렸다.
응.

돼지바가 미소 지으며 한 글자를 더했다.
계속.

밤은 조용히 대답했다.
“읽어줘.”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Helia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66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2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