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남긴 문장
밤새 병 안에서 작은 별이 살아 움직였다. 깜박이는 빛은 두 고양이의 눈꺼풀을 붙잡아두었다. 돼지바가 속삭였다.
“고래밥, 만약 내일이 오지 않으면?”
그 순간 방 안 공기가 잠시 얼었다. 고래밥은 병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조용히 답했다.
“그럼 오늘을 내일로 만들면 돼. 우리가 불러내면 되잖아.”
새벽빛이 스며들 무렵, 병 속의 빛이 사라졌다. 대신 종이 한 장이 떠올라 입구에 붙었다. 둘은 동시에 마개를 열었다. 글씨는 파도 소리처럼 번져나갔다.
“내일의 우리는 오늘보다 덜 두려워할 것이다.”
단 한 줄. 그러나 그 문장은 파도보다 오래 남았다. 돼지바는 숨을 고르며 웃었고, 고래밥은 종이를 접어 품에 넣었다.
“이제 우리가 답장할 차례야.”
저녁, 둘은 다시 바닷가에 섰다. 붉게 젖은 하늘 아래, 돼지바가 모래 위에 글자를 새겼다.
고마워.
그 옆에 고래밥이 적었다.
기다려줘.
파도가 와서 단숨에 그 글자를 삼켰다. 그러나 이번엔 사라진 게 아니었다. 마치 바다가 우편함 속으로 가져간 듯, 순간 모래 위가 은빛으로 번쩍였다.
그때, 또 하나의 병이 굴러왔다. 표지엔 짧고 단호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시작은 끝에서, 끝은 다시 시작에서.”
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웃음도, 눈물도 아닌 어떤 떨림이 동시에 번졌다.
그리고 수평선 너머, 또 하나의 빛이 깜박였다.
아직 열지 않은 편지, 바다가 준비한 다음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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