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다른 불빛

by Helia

편지가 사라지자, 바다는 갑자기 숨을 멈췄다. 고요 속에서 수평선 너머 낯선 불빛이 깜박였다. 별빛 길이 가리키던 방향이 아니라, 전혀 다른 쪽이었다.

돼지바의 발끝이 떨렸다.
“고래밥, 저건… 우리 불빛이 아니야.”
고래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했다.
“바다는 모든 이야기를 기억한다 했잖아. 아마 다른 목소리를 부르고 있는 거겠지.”

순간, 손에 쥔 병이 울렸다. 안에서 잔잔한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너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돼지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들만 특별하다고 믿었던 발걸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고래밥이 손을 잡았다.
“특별하지 않아도 돼. 중요한 건 우리가 끝까지 듣는 거야.”

그 말이 끝나자, 파도가 바위섬을 감싸 안았다. 물보라가 터져 나와 두 캐릭터의 얼굴을 적셨다. 달빛은 그림자를 길게 늘여 바위 위에 새 편지처럼 드리웠다.

멀리서 깜박이던 불빛은 서서히 모양을 바꾸었다. 유리병이 아닌, 등대의 눈빛 같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빛을 내뿜으며, 바다 위에 길게 선을 그었다.

“만약 따라가면… 돌아올 수 있을까?” 돼지바가 낮게 물었다.
고래밥은 대답 대신 파도 위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남겼다.
가보자.

순간 바다는 그 글자를 삼키며 길을 열었다. 파도가 갈라져 또 하나의 빛나는 길이 나타났다.

두 캐릭터는 숨을 고르고 일어섰다.
등대의 불빛은 그들을 기다리는 듯, 차갑고도 선명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이 속삭였다.
그곳엔, 너희가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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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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