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연 길, 두 녀석의 선택
모든 소리가 멎은 순간, 바람이 낯선 목소리를 흘렸다.
그곳엔, 너희가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있다.
순간, 돼지바의 심장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 발끝이 얼어붙은 듯 떨렸고, 고래밥은 눈을 가늘게 뜨며 파도의 흐름을 읽으려 했다. 물결이 마치 다른 언어로 뛰고 있었다. 귀를 때리는 쾅 소리, 소금기 섞인 바람의 차가운 기운, 그 속에 스며드는 알 수 없는 속삭임.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라니… 무슨 뜻일까.” 돼지바의 목소리는 바람에 흩날렸다.
고래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등대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규칙적으로 깜박이는 빛은 차갑고도 단호했다. 마치 이리로 오라고,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그때, 두 녀석이 쥔 병이 떨렸다. 미세한 진동이 손바닥을 파고들더니, 다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길은 하나가 아니다.”
곧이어 파도가 갈라졌다. 콰지— 소리를 내며 물이 양쪽으로 밀려나더니 두 개의 빛길이 열렸다. 하나는 등대로 이어졌고, 또 다른 하나는 보랏빛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바다 위에 두 개의 선이 교차하듯 반짝이며 떠 있었다.
숨이 멎었다.
두 녀석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우린… 어디로 가야 하지?” 돼지바가 속삭였다.
고래밥은 잠시 파도 소리를 들었다. 그 리듬은 두 녀석의 심장과 똑같이 뛰고 있었다. 결국 고래밥은 굳게 말했다.
“선택은 우리 몫이야. 하지만 끝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어.”
바람이 두 녀석의 머리칼을 흩날렸다. 등대의 불빛은 강렬하게, 그러나 차갑게 손짓했다. 반대편 보랏빛 어둠은 은밀히 유혹했다. 마치 알 수 없는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듯, 잔잔히 깜박이며.
“만약 돌아오지 못한다면?” 돼지바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럼 그곳에서 또 다른 길을 찾겠지.” 고래밥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파도가 발목을 세차게 때렸다. 짠내가 진동하고, 물보라가 얼굴을 후려쳤다. 그 순간 바다는 기다렸다는 듯 고요를 깨뜨렸다. 두 녀석의 맥박을 따라 바다 전체가 호흡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두 갈래의 길은 더욱 선명해졌다.
빛과 어둠.
희망과 위험.
돌아옴과 미지.
정말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 돌아오는 것이 중요한 걸까?
두 녀석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엔 두려움과 용기, 불안과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마침내 손을 더 세게 맞잡았다.
첫 발을 내디디는 순간, 바다는 길을 더욱 넓혔다. 등대의 불빛과 보랏빛 어둠이 동시에 흔들리며, 두 녀석의 선택을 묻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발을 디딘 곳은, 바다가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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