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숨긴 금지된 길
그들이 발을 디딘 곳은, 바다가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길이었다.
순간, 바다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몸을 뒤집었다. 천둥 같은 굉음이 심연에서 울려 퍼졌고, 파도는 칼날처럼 하늘로 솟구쳤다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남은 것은 적막이었다. 바람조차 멎은 듯, 두 녀석은 바다 위에 홀로 서 있었다. 눈앞의 길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은 따스함이 아니라 경고였다. 마치 *“돌아가라”*고 속삭이는 듯 차갑고 매서웠다.
돼지바의 다리는 휘청거렸다. 발밑의 바위가 바다로 가라앉는 착각이 들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고래밥, 우린… 정말 잘못 온 거 아닐까?”
그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가늘게 떨렸다. 그러나 눈동자만은 빛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엉켜 붙잡은 시선이었다.
고래밥은 손을 더 세게 쥐었다.
“아니. 이 길은 우리가 선택한 거야. 허락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열리지도 않았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눈동자 속에도 두려움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 순간, 유리병이 떨렸다. 손바닥이 저릿하게 울릴 정도로 강한 진동이 흘렀고, 병 속에서 속삭임이 터져 나왔다.
“선택한 자는 대가를 치른다.”
바다는 동시에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쇳소리를 긁는 듯한 음성이 파도에 섞여 메아리쳤다. 두 녀석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귀 바로 옆에서 두드리는 듯 크게 뛰었다.
“대가라니… 무슨 말이야?” 돼지바가 중얼거렸다.
고래밥은 대답 대신 바다를 응시했다. 그러자 파도 위에 거대한 무늬가 드러났다. 등대의 하얀 빛, 보랏빛 어둠, 그리고 달빛이 얽혀 하나의 문양을 그렸다. 원과 선, 낯선 기호가 얽힌 형태. 마치 봉인 같았다.
“저게… 문인가?” 돼지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고래밥은 숨을 고르고 한 발을 내디뎠다. 바다는 기다렸다는 듯 문양의 중심을 열었다. 심연에서 빛이 솟구쳤고,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광채가 두 녀석을 집어삼켰다.
숨이 막혔다.
빛이 폭발했다.
발밑이 끌려 내려가는 냉기가 다리를 휘감았다.
“잡아!” 돼지바가 외쳤다.
“이미 잡고 있어!” 고래밥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두 녀석의 손은 단단히 맞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바다는 다시 목소리를 냈다.
“돌아가려 하지 마라.”
속삭임은 이번엔 경고가 아니라 명령 같았다. 파도는 쇳덩이처럼 무겁게 울렸고, 달빛조차 빛을 잃어버렸다. 등대의 불빛도, 보랏빛 길도, 하나둘 꺼져갔다. 오직 금지된 문양만이 두 녀석의 발밑에서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돼지바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
“우린… 어디로 가는 거야?”
고래밥은 대답 대신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은 채로 더 세게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바다가 크게 갈라졌다. 파도가 갈라진 자리에 끝없는 어둠이 드러났다. 검은 심연 속에서 차가운 냄새가 밀려왔다. 금속이 녹아내리는 듯한 비릿한 냄새였다. 동시에, 그 어둠 속에서 희미한 형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숨이 막혔다.
두 녀석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바람이 예고한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있었다.
먼저 나타난 것은 그림자였다. 사람 같기도, 짐승 같기도 한 형체. 어둠이 모여 하나의 실루엣을 이루더니, 서서히 눈을 떴다. 눈동자는 등대 빛보다 더 선명하고, 보랏빛 어둠보다 더 깊었다.
“너희가… 나를 깨웠구나.”
목소리는 낮고도 깊었다. 바다 전체가 울리는 듯했다. 두 녀석은 숨조차 잊은 채 서로를 끌어안았다. 유리병이 폭죽처럼 터지며 수많은 속삭임을 흩뿌렸다.
“돌아갈 수 없다.”
“너희 이야기는 이제 끝났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도가 터졌다. 두 녀석의 몸이 어둠 속으로 휩쓸렸다. 차갑고 끈적한 물결이 온몸을 감쌌다. 눈을 뜨려 해도, 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낯선 존재의 눈동자만이 심연 속에서 두 녀석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숨이 멎었다.
심장이 얼어붙었다.
세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두 녀석은 금지된 길의 심연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바다는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등대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차갑게 빛났고, 보랏빛 길은 파도에 삼켜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오직 작은 바위섬 위에 놓인 빈 유리병만이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깊은 심연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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