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심연의 봉인과 새벽빛

by Helia

어둠 속, 바다는 심장을 삼키듯 두 녀석을 끌어내렸다.
숨이 막혔다.
차가운 물결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발밑은 끝없이 꺼지고, 세상은 빛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단 하나,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심연의 눈동자.
그 눈은 등대보다 선명했고, 보랏빛 어둠보다 깊었다.

돼지바는 본능적으로 외면했지만, 시선은 이미 붙잡혀 있었다. 눈을 감아도, 마음을 닫아도 따라붙는 시선.
“고래밥… 나, 도망칠 수가 없어.”
목소리는 부서진 조개껍데기처럼 갈라졌다.

고래밥은 손을 더 세게 쥐었다.
“봐야 해. 피하면 더 깊이 끌려가.”

그 순간, 발밑 문양이 다시 빛났다. 원과 기호가 얽힌 봉인이 활활 타오르듯 반짝였고, 두 녀석의 몸을 아래로 빨아들였다.
금속이 찢어지는 듯한 울림이 귀를 때렸다.
피부를 핥고 지나가는 냉기가 온몸을 얼렸다.

“너희는 허락받지 못한 자.”
심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또 다른 목소리가 겹쳐졌다.
“아니, 그들은 선택받았다.”

두 목소리가 충돌하자 파도가 흔들렸다. 하얀 포말이 어둠 속에서도 폭죽처럼 터졌고, 빛과 그림자가 칼날처럼 맞부딪혔다.

돼지바는 눈을 크게 떴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쪽은 검게 타올랐고, 다른 한쪽은 희미한 빛을 품고 있었다. 서로 다른 눈빛이 깜박이며, 하나의 몸에서 대립하고 있었다.

“저게… 우리를 부른 건가?”
돼지바의 목소리는 떨렸다.

고래밥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대답했다.
“아니, 우린 스스로 왔어. 부름은 단지 길을 열었을 뿐.”

그 말과 함께, 심연이 열렸다. 어둠 속에서 계단 같은 길이 드러났다. 빛과 그림자가 섞여 만들어낸 길.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심장이 쿵쿵, 가슴을 찢듯 울렸다.

유리병의 파편이 곁을 맴돌며 속삭였다.
“끝까지 가면, 진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진실은, 너희가 원하지 않는 것이다.”

돼지바의 발끝이 떨렸다. 그러나 고래밥은 흔들리지 않았다.
“원하지 않아도 봐야 해. 그게 우리가 택한 길이야.”

두 녀석은 서로의 손을 더 세게 맞잡았다.
계단을 한 발, 또 한 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계단 끝에서 빛이 스며 나왔다.
닫힌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새벽빛처럼.

숨이 멎었다.
심장이 얼어붙었다.

그러나 곧, 두 녀석은 깨달았다.
그 빛은 결코 새벽이 아니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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