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문턱에서
새벽빛은 거짓이었다.
계단 끝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따스한 듯 보였지만, 가까이 갈수록 차갑고 무겁게 내려앉았다. 공기마저 얼어붙어 숨이 막혔다. 두 녀석은 발을 떼지 못한 채 빛을 응시했다.
“고래밥, 이건 길이 아니야.” 돼지바가 속삭였다.
“길이 아니면 뭐지? 함정?”
고래밥의 눈은 흔들렸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돼지바는 손을 세게 당기며 저항했다.
“여기서 멈추자. 돌아가자.”
“돌아갈 곳이 없다.” 고래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우린 이미 문턱을 넘어섰어.”
그 순간, 심연의 눈동자가 다시 번뜩였다. 등대 불빛 같은 선명함 속에서 끝없는 어둠이 소용돌이쳤다. 눈빛이 두 녀석 사이에 틈을 벌려놓는 듯했다. 돼지바는 본능적으로 손을 놓고 싶었지만, 고래밥은 더 세게 쥐어버렸다.
“놓으면 잡아먹힌다.” 고래밥의 말은 거의 명령처럼 울렸다.
계단이 울렸다. 이번엔 경고가 아니었다. 거대한 문양이 갈라지며 새로운 그림자를 토해냈다. 기호 사이에서 튀어나온 것은 검은손, 바다의 진흙으로 빚은 듯한 팔이었고, 그것이 두 녀석의 발목을 붙잡았다.
돼지바는 비명을 질렀다.
“안 놔! 절대 안 놔!”
손을 뿌리치려는 게 아니라, 고래밥에게 매달리듯 외쳤다.
그 순간, 빛의 문틈에서 형체가 나타났다. 이전의 눈동자가 아니라, 온몸이 빛과 어둠으로 갈라진 존재. 목소리는 바람과 물결을 동시에 닮아 있었다.
“두 개의 길은 허락되지 않는다. 한쪽만이 통과할 수 있다.”
계단은 흔들리고, 바다는 포효했다. 두 녀석은 동시에 얼굴을 마주 보았다. 돼지바의 눈에는 공포가, 고래밥의 눈에는 결심이 서려 있었다.
“우린 함께 왔어.” 돼지바가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함께 갈 수는 없다.” 존재의 목소리가 갈라진 공간에 메아리쳤다.
심연의 바람이 불었다. 뜨겁고도 차가운 기운이 뒤섞여 두 녀석을 갈라놓으려 했다. 손을 잡은 팔이 흔들렸다.
빛은 더 강해졌고, 어둠은 더 깊어졌다. 두 녀석은 마치 서로 다른 세상으로 끌려가는 듯 흔들렸다.
그리고, 마지막 경고가 울렸다.
“선택은 지금. 단 하나만.”
숨이 멎었다.
심장이 쪼개졌다.
계단 위, 두 녀석의 손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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