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사랑 아냐

사랑의 이름을 빌린 폭력

by Helia

네가 말한 사랑,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나는 끝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는 분명하다. 네가 내게 했던 건 결코 사랑이 아니었다. 내가 네게 했던 마음은, 네가 내게 되돌려준 것과 같지 않았다. 그래서 말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 적 없다.

나는 늘 정신적인 교감을 바랐다. 말 한마디 없이도 서로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조용한 순간, 눈빛만으로 안부를 전하는 관계, 손끝이 닿지 않아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시간들. 그런데 너는 내 바람을 비웃듯, 육체적인 결합만이 사랑이라 우겼다. 내가 싫다고, 원치 않는다고 거절해도 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날 끌어안으며, 그것이 사랑의 전부라고 강요했다. 그 폭력적인 순간조차도 네겐 증거였겠지. 그러고서 네 입으로는 우리가 만난 3년 내내 내가 먼저 꼬셨다고 말해왔다. 정말 비열했다.

네가 입에 담던 말, "난 다른 남자들과 달라." 그 말은 참 어이없었다.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더 비슷했고, 아니 더 못났다. 네 말은 가소로웠고, 그 순간 나는 웃음조차 터졌다. 조롱이 아니라 허탈에서 비롯된 실소였다.

너는 늘 내 잘못만 집요하게 끄집어냈다. 내가 어리석었을 때, 내가 방황했을 때, 내가 흔들렸던 순간들. 그 파편들을 모아 내 목에 족쇄처럼 걸었다. 하지만 너의 잘못은 어땠나? 네가 던진 말은 칼날이었고, 네가 선택한 침묵은 족쇄였으며, 네가 외면한 순간들은 나를 더욱 고립시켰다. 네가 나를 무너뜨리려 했던 건 아닌가?

내가 네 인생을 박살 냈다고 너가 말했을 때, 나는 오히려 의아했다. 누군가의 삶이 무너지는 건 단순히 타인의 실수 때문만이 아니다. 배를 띄운 건 네 자신이고, 돛을 찢은 것도 너였다. 노를 놓아버린 건 네 태도였다. 나는 그저 같은 배에 있던 사람일 뿐이다. 바위를 굴려온 건 네 손인데, 왜 내게만 책임을 전가했을까.

사랑이라면 서로를 살리는 일이 되어야 한다. 상처를 주고받아도 결국은 서로의 흉터를 덮어주며, 무너질 때는 마지막으로 기대는 벽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네가 내게 했던 건 달랐다. 네 기대는 규칙이었고, 네 요구는 명령이었다. 네가 원한 건 교감이 아니라 복종이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사랑은 함께 존재하되, 서로를 지켜보는 자유다.

네가 그토록 집착하던 말, "누가 먼저였는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든, 누가 먼저 말을 걸었든,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여기에서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였다. 그런데 너는 끝내 그 사소한 출발점에 매달려 상처를 키웠다. 오래된 흉터를 계속 긁어야만 억울함이 풀리는 사람처럼.

나는 너와 있던 시간 동안 내 목소리를 잃었다. 네가 말을 끊고, 내 진심을 무시하고, 네가 정한 결론만을 강요했다. 내가 조심스레 꺼낸 상처는 무시되었고, 네가 던진 날카로운 말은 깊숙이 꽂혔다. 나는 더 이상 내 마음을 너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설명은 노동이었고, 그 노동의 대가는 내 취약함이었다.

사랑이라면 서로의 약점을 드러내도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네가 원한 건 이해가 아니라 증명, 그리고 굴복이었다. 나는 굴복하지 않기로 했다. 굴복은 나를 지워버리는 일이었으니까.

너는 말했지. "내 인생을 망쳤다." 하지만 묻고 싶다. 네가 박살 낸 건 대체 누구의 인생이었는가? 너가 외면한 것은 무엇이었나? 네가 떠안은 분노는 누구를 향한 것이었나? 나는 그 모든 비난 속에서 결국 네 그림자를 보았다. 타인을 희생양 삼는 건 자기 내면의 어둠을 마주하기 싫어서다. 네가 내게 한 말은, 사실 네 자신에게 던진 고백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누구의 인생을 부숴도 좋다는 면허가 아니다. 사랑은 상처를 정당화하는 무기가 아니다. 사랑은 서로의 결핍을 함께 들여다보고, 그 빈틈을 조용히 덮어주는 일이다. 너는 내게 그 반대를 했다.

너는 네가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름은 책임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진짜 다르려면, 네가 만든 상처를 돌아보고, 말이 아니라 태도로 사과해야 했다. 하지만 넌 그러지 않았다. 결국 네가 한 말은 공허한 주장에 불과했다.

이제 나는 네게 긴 변명을 멈춘다. 내가 네게 무엇을 했든, 네가 내게 무엇을 했든, 결론은 같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은 등을 돌린 채 붙잡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부드럽게 놓아주는 것이다. 네가 내게 했던 건 사랑의 이름을 빌린 폭력이었다.

그래서 나는 배운다. 더 이상 누군가의 분노를 대신 떠안는 그릇이 되지 않기로. 더 이상 누군가의 변명거리가 되지 않기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자유라는 것을, 상처가 아니라 치유라는 것을.

사랑은 누구의 인생을 박살 낼 권한을 주지 않는다.
네가 말한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