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골목길 속 푸른 냄새

by Helia

그건 아마도, 그들이 돌아가야 할 이유이자 앞으로 나아갈 길이기도 했다. 다섯 마리 고양이는 폐공장을 나와 다시 도시 골목으로 들어섰다. 바람은 차갑지 않았으나, 묘하게 물결의 잔향을 품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은 낡은 벽돌에 번져 은빛 얼룩을 남겼고, 발끝에 닿는 그림자는 파도처럼 잔물결을 이루었다. 하늬는 잠시 발을 멈추더니 코끝을 스쳤다.

“느껴져? 이 냄새.”

솔이 눈을 감았다. 바람 속에서 번지는 짭조름한 향, 마치 젖은 모래 위에 떨어진 물방울 같은 기운이었다. 도시의 먼지와 연기 사이, 낯설지만 그리운 바다가 숨어 있었다.

달은 벽을 따라 걷다가 오래된 담벼락 틈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푸른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루카가 다가가자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골목이 바다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루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떨림이 묻어났다.

그때 하얀 고양이가 담벼락 위에 올라가 눈을 감고 낮은 울음을 흘렸다. 그 소리는 파도소리처럼 골목을 타고 번졌다. 동시에 공기는 푸른 향으로 가득 차, 오래전 섬에서 맞이한 바람을 떠올리게 했다.

솔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발톱 사이에 스미던 바람, 기억나. 그 맛이야.”

달은 눈을 감고 속삭였다. “섬은 사라진 게 아니었어. 우리 안에 숨어 있었던 거야.”

하늬는 노트를 꺼내 적었다.
‘골목길 속 푸른 냄새 – 잊힌 길도 바다로 이어진다.’

글자를 남기는 순간, 바람이 불어 페이지가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 답을 해주는 듯했다.

하얀 고양이는 그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쳤다. 그 눈동자에는 깊은 바다의 심연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곧 몸을 돌려 골목 끝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남겨진 건 바람에 스민 소금기와 미묘한 적막뿐.

“그 고양이… 어디로 간 걸까?” 달이 중얼거렸다.

솔은 골목 끝을 바라보다 말했다. “아마, 우리보다 먼저 바다를 찾은 걸지도 몰라.”

루카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은 없었지만, 희미한 구름 사이로 푸른 흔적이 스며드는 듯했다.

그때였다. 어둠 깊은 골목 저편에서 낮게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아니었다. 벽돌 사이에서, 아니면 땅속에서 울려 퍼지는 낯선 기척. 다섯 마리 고양이는 동시에 귀를 세웠다.

“또 다른 누군가가 있어.” 하늬의 목소리는 속삭임이었지만 분명했다.

솔은 발톱을 가볍게 세우며 웃었다. “좋아, 그럼 이번엔 그 냄새를 따라가 보자.”

루카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답했다. “어디로 이어지든, 결국 바다일 테니까.”

달은 마지막으로 노트의 글자를 훑어본 뒤, 하얀 고양이가 사라진 골목 끝을 바라보았다. 어둠 너머, 또 다른 눈동자가 미세하게 반짝였다.

그 빛은 푸른 냄새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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