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도시 속의 바다

by Helia

도시는 별을 잃은 바다였다. 하늘은 높지만 좁았고, 빛은 많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고양이들은 그런 도시의 골목을 조용히 걸었다. 하늬, 루카, 달, 솔. 네 마리 고양이의 발밑엔 보이지 않는 모래가 깔려 있는 듯했다. 그들은 여전히 섬을 품고 있었다.

“바다 냄새가 나.” 솔이 처음 말을 꺼낸 건 어느 늦은 밤, 낡은 아파트 단지 옆 작은 공원에서였다. 시멘트 연못엔 물이 없었지만, 녹슨 철제 분수대 위로 바람이 머물고 있었다.

“너도 느껴졌어?” 하늬가 물었다. 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달은 나뭇가지 아래에서 무언가를 응시했고, 루카는 조용히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도시에도… 어쩌면 바다가 숨어 있을지도 몰라.” 하늬의 말에, 네 마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소음을 삼킨 골목, 오래된 방음벽, 버려진 운동장과 텅 빈 놀이터. 그 속엔 숨은 듯 남아 있는 잔향들이 있었다.

도시의 새벽은 낯설게 아름다웠다. 자동차 불빛이 반사된 벽면 위에 금빛 물결이 흐르고, 고양이의 그림자는 부서진 유리창 위에 조용히 겹쳤다. 하늬는 문득 말했다.

“어릴 적, 바닷바람은 내 털을 안고 흔들었어. 그때는 모든 게 부드러웠지.”

루카는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곳엔 별이 없었다. 대신 가느다란 비행기 궤적 하나가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하늬.” 루카가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도시에서도 바다를 느끼는 네가 부러워.”

하늬는 대답 대신 발걸음을 멈췄다. 네 고양이는 한 버려진 버스 정류장 앞에 도달해 있었다. 광고판 뒤편엔 오래된 지도가 붙어 있었고, 그 지도 아래엔 조그맣게 적혀 있었다.

‘여기, 작은 바다가 있습니다.’

그 말은 낙서 같았고, 오래된 비밀 같았다.

지도에는 공원, 건물, 고가도로가 이어진 복잡한 선들 속에 작은 파란 점 하나가 있었다. 도심 한복판, 도로와 고층 사이, 이름도 없는 그 파란 점.

“가보자.” 달이 말했다. 네 마리는 나란히 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솔이었다. 그리고 달, 루카, 마지막으로 하늬. 그들이 마주한 건 작은 폐공장이었다. 철문은 녹슬었고, 담장엔 덩굴이 가득했다. 그러나 담장 안쪽, 그들은 바다를 보았다.

물론 진짜 바다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엔 길고 얕은 수로가 있었고, 오래된 콘크리트 틈 사이로 빗물이 모여 있었다. 그 물은 도시의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무수한 별처럼.

“여기야.” 하늬가 속삭였다. 네 마리는 조심스럽게 물가에 다가갔다. 고개를 숙이자 각자의 얼굴이 물속에 비쳤다. 그리고 그 옆에, 낯선 얼굴 하나가 함께 있었다.

“누구야?” 루카가 물었다.

그 고양이는 털이 하얗고 눈이 짙푸르렀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작은 조개껍데기 하나를 그들 앞에 놓았다.

“이건 섬의 바다에서만 나는 조개야.” 하늬가 중얼였다.

“너, 우리 섬에 있었어?” 달이 물었다.

하얀 고양이는 고개를 저었다. 대신 하늘을 올려다봤다. 좁은 하늘 위로 한 줄기 바람이 흘렀고, 그 바람 속에서 조그만 물고기 풍선이 휘청였다.

“이 도시에도 바다가 있었구나.” 솔이 말했다.

그날 밤, 다섯 마리 고양이는 도심 속 폐공장 물가에 앉아 있었다. 빛은 조용했고, 바람은 낮은 소리로 귓가를 스쳤다.

하늬는 다시 노트를 펼쳤다.

‘도시에서 잃어버린 별의 목록’ 아래에 새로운 줄을 썼다.

‘도시 속의 바다 - 기억을 비추는 거울’

별은 없었지만, 그들은 분명 무언가를 다시 찾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도, 잊힌 시간에서도.

그리고 그 순간, 바람이 물을 흔들었다. 물결이 조용히 일렁이며 작은 별빛 하나를 비추었다.

“봤어?” 하늬가 속삭였다.

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번엔 진짜야.”

바다는 그곳에 있었다. 잊히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반짝이는 채로.

그건 아마도, 그들이 돌아가야 할 이유이자 앞으로 나아갈 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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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