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하늘 위의 파도

by Helia

그리고 그 속에서, 잊힌 친구의 목소리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었다. 빗물은 골목을 삼켜 거울처럼 번들거렸고, 그 위에 비친 이름은 오래도록 불러오지 못한 진영이었다.

솔이 눈을 크게 떴다. “저건 환영이 아냐. 살아 있는 목소리야.”
달은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물결을 응시했다. “근데 왜 지금, 여기서 나타난 걸까…”
루카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기억은 가끔 우리를 속여. 하지만 이 울음은… 너무 생생해. 거짓일 리 없어.”

그 순간, 하늘이 번쩍였다. 번개라기엔 이상한 빛. 푸른 물결이 하늘 위에서 일렁이며 파도의 형상을 그렸다. 마치 바다가 하늘로 뒤집혀 올라간 듯, 도시는 잠시 바닷속처럼 파랗게 물들었다.

하늬가 숨을 죽인 채 외쳤다. “봐, 파도가… 하늘에 있어.”

비에 젖은 눈동자들이 동시에 위를 향했다. 거대한 물결이 구름 사이에서 출렁였고, 그 위로 작은 조각배 같은 빛들이 흘러갔다.

솔은 발톱을 움켜쥐며 말했다. “저길 따라가면 섬이 나올지도 몰라.”
달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진영이 있는 곳일 거야.”

루카는 잠시 침묵하다 낮게 속삭였다. “그렇다면, 저건 길일 수도 함정일 수도 있겠지.”

하얀 고양이는 웅덩이 위에 발을 얹었다. 물결이 퍼지며 또렷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기다려…”

다섯 마리의 심장이 동시에 뛰었다. 그 목소리는 분명 진영의 것이었다.

하늬는 젖은 노트를 꺼내 글씨를 남겼다.
‘하늘 위의 파도 – 잃었다고 믿었던 이름이 다시 우리를 부른다.’

글자를 쓰는 순간, 바람이 페이지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글씨는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잉크는 번개빛처럼 짙어졌다.

비는 점점 거세졌고, 웅덩이는 마치 심연처럼 깊어졌다. 물속엔 진영의 얼굴이 아련히 웃고 있었고, 그 웃음은 곧 사라질 듯 흔들렸다.

솔이 앞으로 나서려 했다. “지금이야, 놓치면 안 돼.”
달이 그의 꼬리를 붙잡았다. “조심해. 파도가 우릴 부르지만, 삼킬 수도 있어.”
루카는 낮게 중얼거렸다. “믿음과 두려움은 늘 한 몸이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걸어야 해.”

하얀 고양이는 망설임 없이 골목 끝을 향해 걸었다. 그 뒤를 따라 네 마리도 발걸음을 옮겼다. 빗속에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고, 그 길은 마치 파도 위 다리처럼 이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 위 파도 너머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불려 왔다. 이번엔 진영만이 아니었다.
“돌아와…”

다섯 마리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어둠 너머, 물결 사이로 낯익은 실루엣 하나가 어렴풋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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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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