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린 부둣가
그리고 다섯 마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같은 골목을 나란히 걸어 나갔다. 차갑게 가라앉은 새벽, 하늘에서 흰빛이 흩날렸다. 첫눈이었다.
눈송이는 젖은 등 위에 내려앉아 금세 녹았고, 꼬리와 귀 끝에 차갑게 매달렸다. 솔은 코끝에 닿은 눈을 떨쳐내며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흰 파도가 고요히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이 바다를 흘리고 있어.” 달이 숨죽여 말했다.
눈발은 바람에 쓸리며 길 위에 흩어졌다. 발자국은 부둣가로 이어졌다. 낡은 나무기둥들이 어둠 속에 줄지어 서 있었고, 바다는 눈에 잠긴 채 낮은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파도 위에 닿은 눈송이는 곧 녹았지만, 그 순간만은 별빛처럼 빛났다.
하늬는 떨리는 손끝으로 노트를 열고 글씨를 남겼다.
‘첫눈은 하늘이 흘린 바다의 파편.’
솔이 갑자기 멈춰 섰다. “저기, 저 흔적 봐.”
눈 덮인 부둣가 끝, 나무 기둥 옆에 낯선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모양은 고양이 발 같았지만, 패인 깊이는 묵직했고 발톱 자국은 길게 뻗어 있었다. 눈발이 덮어 반쯤 지워졌지만, 분명 누군가 방금까지 이곳을 지나간 흔적이었다.
루카는 발자국에 코를 가까이 대며 중얼거렸다. “우리 냄새가 아니야. 게다가 크기가 다르다. 더 무겁고… 낯설어.”
달이 귀를 세웠다. 그때, 눈보라 속에서 낮고 길게 울음소리가 스며들었다. 바람 같기도, 오래된 바다의 메아리 같기도 한 울음. 다섯 마리의 귀가 동시에 움직였다.
엘란이 발자국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누군가 우리를 부르고 있어.”
솔은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이빨을 드러냈다. “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어.”
루카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잖아. 위험할지도 몰라.”
달은 파도에 부서지는 눈을 보며 속삭였다. “모르는 길이야말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일지도 몰라.”
하늬는 다시 노트를 펴고 글씨를 적었다.
‘눈은 길을 지우지만, 발자국은 기억을 남긴다.’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며 바다를 덮었다. 그 속에서 낡은 작은 배 하나가 눈에 묻힌 채 흔들리고 있었다. 발자국은 곧장 그 배로 이어졌다.
엘란은 꼬리를 곧게 세우며 낮게 말했다. “나는 가겠다. 이 발자국의 정체를 확인해야 해. 주인이 내게 준 이름이 엘란이라 해도, 섬에서의 나를 버린 건 아니니까.”
네 마리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 속엔 망설임이 없었다. 단지 확인하려는 결심,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앞에 선 고양이의 눈빛만이 있었다.
부둣가 위, 눈송이는 쉴 새 없이 흩날렸다. 다섯 마리는 나란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끝에서, 바람 속 울음소리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었다.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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