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길
길은 달라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음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엘란은 젖은 털을 털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섬에서 함께 뛰놀던 기억, 물론 잊지 않았어. 하지만 그 기억만으론 배부르지 않더라. 나는 도시에서 다른 삶을 배웠어. 너희도 언젠가 알게 될 거야.”
솔이 꼬리를 세우며 눈을 치켜떴다. “우린 자유롭다. 누구에게도 묶이지 않아. 그게 우리 방식이야.”
엘란은 새초롬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유? 맞아, 달콤하지. 하지만 자유만으론 모르는 게 있지. 사랑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난 그전엔 몰랐어.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 너희도 언젠가 그런 손길을 만나면… 분명 좋아할 거야.”
말끝이 떨어지자, 공기는 묘하게 갈라졌다. 달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사랑… 듣기만 해도 따뜻하네. 하지만 그게 자유를 앗아가진 않을까?”
루카는 낮게 중얼거렸다. “사랑받는 대신 길을 잃을 수도 있겠지. 그게 무섭다.”
하늬는 젖은 노트를 펼쳐 한 줄을 남겼다.
‘자유는 바람 같고, 사랑은 불빛 같다. 어느 쪽이든 따르려면 다른 걸 내려놓아야 한다.’
엘란은 그 글귀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려놓아야 얻을 수 있더라. 나는 선택했어.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외롭진 않아.”
솔이 이를 드러내며 발톱을 긁었다. “우린 외롭지 않아. 함께 있으니까.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잖아.”
엘란은 잠시 그 말을 곱씹더니 조용히 대꾸했다. “맞아, 너희는 함께 있지. 하지만 언젠가 헤어질 수도 있잖아. 그때 혼자가 된다면? 난 그런 순간에도 등을 내어주는 손길을 택했을 뿐이야.”
네 마리의 가슴이 동시에 무거워졌다. 엘란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인정하기엔 너무 씁쓸했다.
달이 가장 먼저 침묵을 깼다. “넌 네 길을 걸어. 우린 우리 길을 걷겠지. 하지만 언젠가 그 길이 다시 만난다면… 그땐 더 이상 낯설지 않았으면 해.”
엘란은 눈을 반짝이며 대꾸했다. “그때도 내가 엘란일지, 다시 진영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이름이든 너희를 알아볼 거야.”
하늘은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다. 밤새 흩뿌리던 빗방울은 멈췄고, 골목엔 물비늘 같은 새벽빛이 번졌다. 고양이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며 겹쳤다.
하늬는 노트를 덮으며 마지막 글씨를 속으로 읊조렸다.
‘함께 걷는 길은 늘 같지 않다. 그러나 다르게 걷더라도, 마음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다섯 마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같은 골목을 나란히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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