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다른 결말을 위하여

by Helia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균열 속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아이도, 형도 아니었다. 낮고 서늘한 울림이었다.
―너희는 수없이 같은 결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게 쓸 수 있다.

하랑의 칼끝이 떨렸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뜨며 속삭였다. “나는… 더 이상 복수로 끝내고 싶지 않아.” 칼끝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형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휘어졌다. “그 순간이 바로 내 승리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검이 번개처럼 뻗었다. 차가운 날이 하랑의 옆구리를 깊게 파고들었다.

짧은 비명. 붉은 피가 순식간에 번져 옷자락을 적셨다. 칼이 손에서 미끄러져 계단 위를 굴렀다.

“하랑!” 내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의 몸이 무너져 내 품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숨은 이미 가늘었고, 입술은 미세하게 떨렸다. “현조… 다른 결말을…” 마지막까지 남긴 말은 피 냄새 속에서 희미하게 흩어졌다.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다. 피가 끓고,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내 눈은 살기로 번들거렸다.

바닥에 떨어진 칼. 손이 저절로 뻗었다. 차가운 쇠가 손에 닿는 순간, 심장이 폭발하듯 뛰었다.

나는 일어섰다. 절규와 함께.

형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늦었다. 칼끝은 이미 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뼈와 살을 뚫는 감각, 붉은 피가 터져 나오며 내 얼굴을 덮쳤다.

형은 짧은 신음을 내뱉더니 계단 위에서 휘청, 곧 심연 속으로 몸을 던지듯 쓰러졌다. 붉은 균열이 그를 삼켰다. 울림도, 웃음도, 비열한 눈빛도 남지 않았다.

숨이 거칠게 터졌다. 나는 칼을 떨어뜨리고 무너져 내려 하랑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은 이미 차가워지고 있었다.

“하랑!” 나는 울부짖었다. 피와 눈물이 뒤엉켜 계단을 적셨다. 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목이 갈라지고, 울음은 절규로 번졌다.

새벽빛이 등대 창으로 쏟아졌다. 균열 속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흘러나왔다.
―살아. 다른 결말을 위하여.

나는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아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직 울부짖는 내 목소리만 계단 위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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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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