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길
오직 울부짖는 내 목소리만 계단 위에 메아리쳤다. 새벽빛은 눈부시게 쏟아졌지만, 내 품에 안긴 하랑의 체온은 빠르게 식어갔다. 손바닥 위로 흘러내린 피는 굳어가며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나는 떨리는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닫힌 눈꺼풀은 고요했고, 입술은 말라 있었다. 심장이 통째로 비워진 듯 공허했다.
그때, 균열 속에서 작은 울음이 번졌다. 아이의 목소리였다. ―아빠, 울지 마. 다른 결말을 택했잖아. 그러나 목소리는 곧 끊겼다. 남은 건 깊은 침묵뿐이었다.
형의 시체는 이미 심연에 삼켜졌다. 그러나 그가 남긴 그림자는 아직도 공기 속을 배회했다. 균열은 닫히지 않았고, 어둠은 숨을 고르듯 꿈틀거렸다.
나는 하랑을 품에 안았다. 분노는 칼끝으로 흘러갔지만, 상실은 어디에도 흘려보낼 수 없었다. 되돌릴 수 없는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뼈처럼 나를 눌렀다.
“하랑…” 갈라진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형을 찌른 건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 분노를 쏟아내기 위함이었다. 복수는 심연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더 깊게 가두었다.
계단 위로 새벽빛이 번졌다. 등대 벽에 새겨진 문장들이 희미하게 빛났다. 살아. 흔들린다. 그러나 만든다. 살아 있으라는 외침. 하지만 내 품에 안긴 그녀는 이미 대답할 수 없었다.
눈물이 피 위로 떨어졌다. 붉음과 맑음이 섞여 땅에 스며들었다. 그때 균열 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아이가 아니었다. 굵고 차가운 울림. ―다른 결말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네가 택한 것은 복수일 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계단 너머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피어올랐다. 형의 잔영이 아닌, 더 깊고 검은 기운이었다. 심연은 한 사람을 삼킨 뒤 또 다른 얼굴로 되살아난 듯했다.
“되돌릴 수 없는 길이구나.” 낮게 중얼거렸다. 내 안에 남은 건 상실, 자책, 죄책감, 그리고 새로 솟아오르는 분노였다. 하랑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다른 결말을 만들어.
그러나 내 손에 쥐어진 건 여전히 칼뿐이었다. 피 묻은 자루가 손아귀에서 떨렸다. 문장을 새기겠다 다짐했지만, 내가 붙잡은 건 또 다른 칼이었다.
그때였다. 하랑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린 듯 보였다. 환영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꺼지지 않은 생명의 불꽃일까. 나는 숨을 삼키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새벽빛은 점점 강해졌다. 하지만 내 발밑 그림자는 더 길게 늘어졌다. 심연은 닫히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 검은손이 꿈틀거렸다. 죽은 형일까, 아니면 또 다른 존재일까.
되돌릴 수 없는 길 위에서 나는 또다시 선택 앞에 서 있었다. 사랑의 무덤 위에서, 복수의 칼끝을 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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