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대신한 손
사랑의 무덤 위에서, 복수의 칼끝을 쥔 채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하랑의 눈은 감겨 있었고, 숨결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품에 안긴 몸은 차갑게 굳어갔다. 나는 피투성이의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속삭였다. “심장은 멎었지만… 이 손만은 끝까지 네 곁에 있을 거야.”
눈물이 피와 뒤섞여 계단을 적셨다. 그 순간, 등대 벽에 새겨진 문장이 흔들렸다. 살아. 흔들린다. 그러나 만든다. 그 밑에 붉은 글씨가 번졌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손이 심장을 대신한다.
나는 오래도록 그 문장을 바라보다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하랑을 품에 안고 계단을 내려섰다. 핏빛 균열은 여전히 꿈틀거렸지만, 더 이상 나를 붙잡지 못했다. 내 두 손은 이미 그녀를 내려놓을 자리를 찾아 나아가고 있었다.
새벽 햇살이 길을 밝혀주었다. 나는 발걸음을 산으로 옮겼다. 그곳은 그녀가 살아 있을 때 좋아하던 자리였다.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고, 풀잎 사이로 이슬이 반짝였다. 마치 그녀의 웃음소리가 아직 머물러 있는 듯했다.
나는 산 중턱 바위 아래 작은 자리를 골랐다. 그녀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손으로 흙을 파냈다. 손톱이 부러지고 피가 배어 나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편히 누울 자리를 마련하는 게 내 마지막 몫이었으니까.
돌을 주워 올려 작은 무덤을 쌓았다. 그녀의 머리맡에는 들꽃 한 송이를 놓았다. 이름 모를 꽃이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자태가 그녀의 미소와 닮아 있었다.
나는 무덤 앞에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해가 산봉우리를 넘어올 때까지, 그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마음속에서 수많은 대화가 흘러갔다. 우리가 나눴던 웃음, 다투던 목소리, 잃어버린 아이의 울음까지. 모든 기억이 환영처럼 스쳐갔다.
마침내 나는 무덤 위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돌과 흙이 손끝에 닿았다. “하랑, 나는 여기까지밖에 널 지켜주지 못했다. 하지만 네가 좋아하던 이 자리라면, 네 이름은 오래도록 남을 거야.”
말을 끝내고도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러나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뒷모습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는 마지막으로 무덤을 돌아보았다.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조용히 웃는 듯했다.
아무 말 없이 산길을 내려섰다. 발걸음은 느렸고, 마음은 더 무거웠다. 하지만 언젠가 그녀가 말했던 목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다른 결말을 만들어.
나는 홀연히 떠났다. 사랑을 묻은 산을 뒤로한 채, 되돌릴 수 없는 길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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