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노래
얼음 밑의 세상은 숨을 쉬고 있었다. 단 한 마리의 두꺼비가, 아직 포기하지 않은 심장으로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차가운 물결 아래, 그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살아남는다는 건, 사라지지 않겠다는 약속이야.”
그의 몸은 작았다. 그러나 그 작은 몸속에는 봄날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연못가에서 어머니가 말하던 낮은 울음, 따뜻한 진흙의 감촉, 햇살이 비치던 물결의 흔들림.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등불처럼 깜박였다.
겨울은 길고, 세상은 조용했다. 땅 위의 소리는 모두 얼음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두꺼비의 귀는 여전히 열려 있었다. 얼음 위로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 나무 가지가 툭 부러지는 소리, 멀리서 올빼미가 밤을 가르는 소리.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잠들었지만, 세상은 완전히 죽은 적이 없었다.
그는 느렸다. 느리다는 건 세상의 가장 깊은 박자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생명들은 계절의 속살을 보지 못했다. 두꺼비는 겨울의 호흡을 배웠다. 버티는 법, 견디는 법, 그리고 잊지 않는 법을.
하루는 유난히 긴 밤이 찾아왔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얼음 위의 세상은 은빛으로 잠겼다. 그때였다. 얼음 밑 어딘가에서 미세한 물결이 일었다. 두꺼비는 고개를 들었다. 얇은 얼음 너머로 작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한 마리의 물고기였다.
그는 그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살아 있었다. 그 사실 하나가, 차가운 겨울의 숨결을 따뜻하게 바꾸었다. 두꺼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심장이 두 번 크게 뛰었다. 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신도,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아직 여기 있어.”
그 소리는 얼음에 부딪혀 퍼졌다. 들리지 않았지만, 어딘가로 전해졌다. 잠들어 있는 모든 생명에게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두꺼비의 몸속 어딘가에서 미묘한 떨림이 일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기다림의 전조였다.
봄이 오면, 이 얼음이 깨질 것이다.
그때 그는 다시 땅 위로 나올 것이다.
그의 첫울음은 세상에 보내는 인사이자, 생존의 노래가 될 것이다.
겨울은 길다. 그러나 살아남는 자에게 겨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리고 두꺼비는 알고 있었다.
그 노래는, 봄의 첫울음이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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