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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얼음 아래의 숨

by Helia

그 노래는 봄의 첫울음이 될 거라는 걸.
얼음 밑에서 미세한 물결이 떨렸다. 마치 세상이 다시 숨을 들이쉬는 순간 같았다. 두꺼비는 느꼈다. 자신의 노래가 단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라, 어딘가에 닿았다는 것을. 기포 하나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오래된 겨울의 심장 속으로 스며드는 첫 숨이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물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 안에도 생명의 박동이 있었다. 얼음 틈새로 스며드는 빛줄기가 그의 등을 스쳤다. 두꺼비는 움츠렸던 몸을 펴며 생각했다.
‘아직 숨을 쉴 수 있어.’

오랫동안 닫혀 있던 세상의 문이 아주 조금 열리고 있었다. 눈 위에서는 새의 그림자가 날개를 떨고, 땅 밑에서는 새싹의 뿌리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모든 것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으나, 그 잠은 더 이상 영원의 겨울이 아니었다.

얼음 위로 무언가 쾅, 하고 떨어졌다. 두꺼비는 숨을 멈췄다. 물속이 출렁였다. 한순간 세상이 멎은 듯했지만, 금세 다시 잔잔한 물결이 돌아왔다. 그 안에서 두꺼비는 느꼈다.
“두려움 속에서도 생명은 계속 움직인다.”

얼음은 미세하게 갈라졌다. 귓가에 ‘드르륵’ 하는 소리가 퍼졌다. 두꺼비는 고개를 들어 그 틈을 바라보았다. 얼음 사이로 기포들이 달아오르듯 부서지며 빛났다. 마치 얼음이 꿈을 토해내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는 천천히 그 빛을 향해 다가갔다.

햇살이 물속으로 들어왔다. 미약했지만 따뜻했다. 물결이 부드럽게 그의 배를 감쌌다. 두꺼비는 그 안에서 심장의 박동을 느꼈다. 두 번 크게, 그리고 세 번째는 천천히. 그 박동이 물속에 번져 나갔다.
‘이제 곧이야.’

그는 숨을 고르며 기다렸다. 기다림은 인내가 아니라 생명의 연습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호흡을 잊지 않고, 얼음 아래에서도 빛을 기억하는 일. 그것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밤이 찾아왔다. 별빛이 얼음 위로 쏟아졌고, 그 빛은 물속까지 내려왔다. 두꺼비는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봤다. 별빛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마저 생명처럼 느껴졌다. 세상은 조용했다.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에서, 세상은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얼음이 ‘툭’ 하고 갈라졌다. 아주 작은 틈이 열렸다. 두꺼비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 틈 사이로 미세한 공기가 흘러들었다.
한 줄기 햇살이 그 위로 스며들었다. 얼음 아래의 세상이, 처음으로 봄의 숨을 들이마셨다.

두꺼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아직, 여기에서 숨 쉬고 있어.”

그 말은 물결을 따라 멀리 퍼졌다. 들리지 않아도 세상은 그것을 알아들었다. 눈은 녹고, 얼음은 흐르기 시작했다.

봄은 거창하게 오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숨, 그것이면 충분했다.
모든 시작은 조용했다.
그리고 그 조용함 속에, 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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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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