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턱
모든 겨울은 문턱을 남기고, 모든 생명은 그 문턱을 넘는다.
봄이 있었다.
얼음 아래로 스며든 햇살이 물결을 깨웠다. 미세한 온기와 바람의 냄새가 뒤섞였다. 두꺼비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물이 폐 깊숙이 스며들며, 얼어붙은 세상의 심장을 깨우는 듯했다. 오래 닫혀 있던 겨울의 문이 미세하게 열리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얼음 틈을 통과한 빛이 그의 눈동자 속에서 흔들렸다. 세상은 아직 희미했지만, 빛은 분명히 살아 있었다. 두꺼비는 느렸다. 그러나 느리다는 건, 계절의 박동을 들을 줄 아는 속도였다. 그는 귀를 기울였다. 물속 어딘가에서 작게 움직이는 소리, 부드럽게 부서지는 눈의 속삭임, 그리고 자신 안에서 또렷이 뛰는 심장의 소리.
얼음 위에서 툭, 돌멩이가 떨어졌다. 그 작은 소리 하나에 물이 크게 흔들렸다. 두꺼비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었다. 얼음의 갈라짐이 귀를 스쳤다. 한순간 세상이 멎은 듯, 물속의 생명들이 모두 숨을 멈췄다.
“이건 위험이야.”
그러나 그다음 순간, 그는 알았다.
“아니, 이건 변화야.”
얼음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햇살이 그 위를 감쌌다. 금이 간 틈 사이로 기포가 피어올랐다. 두꺼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두려움 속에서도 생명은 계속 움직인다.’
그 말은 물속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얼음 위로 바람의 그림자가 스쳤다. 사람의 발자국이 지나가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내려왔다.
“위험해!”
어른의 목소리. 그리고 발자국이 멀어졌다.
남은 건 얼음 위의 가느다란 금 한 줄. 두꺼비는 그 금을 바라봤다. 그것은 봄이 열고 간 선 같았다.
‘저 선을 따라가면, 바람의 문턱에 닿겠지.’
햇살은 점점 길어지고, 물속은 조금씩 따뜻해졌다. 그는 손끝으로 온도를 느꼈다. 차가움 속에 섞인 미묘한 따스함, 그건 봄의 체온이었다. 두꺼비는 심장을 세 번 뛰었다. 하나, 둘, 그리고 셋.
“나는 아직 여기 있어.”
그 말은 이번엔 다짐이 아니라 약속처럼 들렸다.
물속 어둠의 구석에서 알 하나가 떨렸다. 투명한 껍질 속, 올챙이의 작은 심장이 박동했다. 두꺼비는 그 생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굽혀 물을 헤쳤다. 작은 소용돌이가 알을 감싸듯 돌았다.
‘살아남는다는 건, 서로의 숨을 지켜 주는 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기포를 내뿜었다. 그 기포가 올라가 얼음의 금 틈에 닿자, 작은 물방울 하나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해질 무렵, 별빛이 얼음 위를 덮었다. 별빛이 금을 따라 박혔다. 두꺼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조금만 더. 곧 문이 열린다.”
그 말이 물결에 닿자, 아주 미세한 진동이 세상을 흔들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동쪽, 햇살이 먼저 닿는 방향이었다. 거기서 미묘한 냄새가 났다. 흙, 풀, 그리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의 냄새. 봄의 예고편 같은 향기였다.
그는 알았다. 내일, 얼음이 한 번 더 갈라지면 그 문턱은 사라질 것이다.
겨울은 거의 끝났다. 하지만 끝은 곧 시작의 모양을 닮아 있었다.
두꺼비는 그 두께를 밀어 올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마지막으로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아주 작게, 그러나 확실히 속삭였다.
“내일, 나는 얼음을 밀어 올려 세상에 닿을 것이다.”
봄은 멀리서 오지 않는다. 내 안에서부터 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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