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문턱에서
그의 발자국은 작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봄이 자라났다.
새벽안개를 뚫고 두꺼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며 연못 위로 잔잔한 파문을 남겼다.
이제 그들은 떠나야 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숨을 쉬던 작은 생명들이,
이제는 세상을 향해 걸음을 떼고 있었다.
아기 두꺼비는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뒤돌아본 연못은 안개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곳엔 자신이 처음 숨을 쉬었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차갑고 투명했던 물결,
밤마다 비춰주던 별빛,
그리고 함께 노래하던 친구들의 울음소리.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잘 있어, 내 봄의 시작.”
그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다.
발끝에서 흙이 무너졌다.
물속에서 느끼던 부드러움이 아닌, 단단한 저항이 있었다.
그 감촉이 낯설었다.
하지만 바로 그 낯섦이,
새로운 세상의 첫인사였다.
풀잎 사이로 새의 그림자가 스쳤다.
햇살이 흙 위로 내려앉아 길을 비췄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스쳤다.
바람은 숲의 냄새를 품고 있었다 — 젖은 나무껍질, 새로 피어난 꽃,
그리고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계절의 향기.
두꺼비는 숨을 들이켰다.
그 향이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게, 세상의 냄새구나.”
뒤에서 작은 발자국 소리가 이어졌다.
다른 두꺼비들이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빛났다.
누군가는 천천히,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떼었다.
그들의 발자국이 흙 위에 이어지며 하나의 선이 되었다.
그 선은 점점 멀리, 숲의 안쪽으로 향했다.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돌부리가 발끝에 걸리고,
낮은 풀잎이 얼굴을 스쳤다.
가끔은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작은 울음이 들려왔다.
“괜찮아.”
그 한마디가 다시 걸음을 움직이게 했다.
숲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 안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렸다.
빛은 금빛 물결처럼 흙 위를 덮었다.
그 빛을 밟으며 두꺼비들은 천천히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세상은 이미 살아 있었고,
그들의 노래는 그 생명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기 두꺼비는 잠시 멈춰 섰다.
뒤를 돌아보니, 연못은 이미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안개는 걷혔고, 대신 새벽의 햇살이 그의 등을 감쌌다.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괜찮아. 나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야.”
그의 발끝이 빛을 밟았다.
풀잎이 흔들리고, 새싹이 일렁였다.
작은 발자국이 이어지고, 그 뒤로 봄이 따라왔다.
그는 더 이상 연못의 아기 두꺼비가 아니었다.
세상을 향해 걷는, 하나의 생명이었다.
햇살이 숲의 문턱을 넘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었다.
빛은 따뜻했고, 바람은 노래하고 있었다.
그는 그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의 발자국은 작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봄이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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