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화|

달빛의 회답

by Helia

루네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빛이 잦아들자, 하늘에서 별사탕 하나가 조용히 떨어졌다.
그건 마치 누군가의 대답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손바닥 위로 내려앉은 빛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답장이구나.”
포노가 금빛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누가 보낸 걸까?”
“별빛의 흐름이 알려줄 거야.”

포노의 눈동자에 밤하늘이 비쳤다.
은하 사이로 한 줄기 길이 열리더니, 그 끝에는 어젯밤 편지를 받았던 남자의 창문이 있었다.


그는 잠들지 못한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손끝에는 조금 구겨진 봉투.
달빛이 번지는 종이 위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 문장을 수십 번 되뇌었다.

> “당신을 잊지 못했어요.”



그때 바람이 스쳤다.
창문이 살짝 흔들리며, 어딘가에서 종이 한 장이 툭 떨어졌다.
발끝에 닿은 그 종이를 들자, 낯선 글씨가 빛났다.

> “당신의 마음, 잘 받았어요.”



그의 호흡이 멈췄다.
달빛이 종이 위에서 부서지듯 반짝였고, 오래된 기억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겨울의 바닷가, 그녀가 웃으며 말하던 순간 —
“이 편지는 언젠가 달빛을 타고 돌아올 거야.”

그는 그날의 목소리를 다시 들은 듯 눈을 감았다.
“정말… 너였구나.”

그는 천천히 펜을 들어 새 종이를 펼쳤다.

> “잊지 않겠다는 약속, 나도 지키고 있었어.”
그리고 봉투를 접으며 속삭였다.
“이 편지는… 별사탕 우체국으로.”




그 시각, 루네는 별사탕 병을 열어 달빛을 따라 흘러드는 새로운 빛을 담고 있었다.
그 안에서 부드러운 문장이 피어올랐다.

> “받았어요, 그리고 나도 여전히 당신을 기억해요.”



루네는 웃었다.
“그래서 결국, 사랑은 편지로 완성되는 거구나.”

포노가 조용히 꼬리를 감았다.
“잊었다고 믿는 마음도, 사실은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야.”

그녀는 포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 모양의 우표를 붙였다.
“이번엔 네가 가져다줘. 이건 회답이니까.”

포노는 달빛의 길로 걸어 올랐다.
그의 발자국마다 별들이 피어났고, 길은 하늘 끝까지 이어졌다.


창문 앞에 다시 편지 한 장이 내려앉았다.
남자가 문을 열었을 때, 바람만이 그 자리를 스쳤다.
그는 편지를 품에 안고 조용히 웃었다.

“별사탕 우체국이라… 여전히 너답다.”

그리고 오랜만에 창문을 닫지 않은 채 잠들었다.

멀리서 종이 울렸다.
루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오늘 밤의 사랑, 무사히 도착했구나.”

별사탕 병 안의 빛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그건 누군가의 늦은 고백이자, 또 다른 시작의 불씨였다.

달빛은 다시 펜 끝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새로운 봉투를 꺼내며 말했다.
“사랑한다는 말, 아직 늦지 않았기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용히 덧붙였다.

> “당신이라면, 어떤 말을 편지에 적었을까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Helia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54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3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