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전하지 못한 말
루네는 펜 끝을 멈추었다.
종이 위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잉크 자국이 반짝였다.
그녀는 방금 쓴 문장을 다시 읽었다.
> “당신이라면, 어떤 말을 편지에 적었을까요?”
그 순간, 창문 틈새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달빛이 유리 위를 타고 들어와 별사탕 병을 흔들었다.
찰랑—, 유리 속 빛이 부딪히며 은은한 울림을 냈다.
루네는 손끝으로 병을 감싸 쥐었다.
“이건… 아직 전해지지 못한 마음이네.”
포노가 다가와 발끝을 그녀의 무릎에 올렸다.
“누구의 마음일까?”
“글쎄, 이번엔 달빛이 너무 희미해서… 이름조차 읽히지 않아.”
그녀는 조심스레 봉투를 들었다.
달빛으로 봉해진 편지였다.
손끝이 스치자, 종이 위에 한 문장이 서서히 드러났다.
>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봄을 떠나보냈어요.”
루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건 단순한 사과가 아니었다.
오래된 후회, 뒤늦은 그리움,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의 잔향이었다.
“포노, 이건 길을 잃었어. 받는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네.”
포노는 고개를 숙이며 낮게 울었다.
“향기가 슬퍼. 비가 내리기 전의 공기 같아.”
루네는 잠시 침묵했다.
별사탕 우체국엔 수많은 편지가 모인다.
사랑의 고백, 이별의 인사, 용서의 한숨.
하지만 이렇게 방향을 잃은 편지는 드물었다.
“아마… 그 사람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어서일지도 몰라.”
그녀는 잔잔히 속삭였다.
“그래도 보내야 해. 달빛이 머무는 한,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으니까.”
그녀는 별사탕 병을 열어 한 알의 빛을 꺼냈다.
“이 빛이라면 길을 만들 수 있겠지.”
루네가 손끝으로 선을 그리자, 하늘 위로 은색의 길이 피어올랐다.
포노가 그 위로 조심스레 발을 디뎠다.
“이번엔 어디로 가?”
“미안하다는 말을 아직 품고 있는 곳으로.
봄이 멈춘 자리, 기억이 향기로 남은 곳이야.”
포노의 꼬리 끝에서 별이 흩어졌다.
그 길의 끝에는 하얀 벚꽃나무 아래,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오래된 일기장과 닫히지 않은 편지 한 장.
바람이 불자 머리카락 사이로 달빛이 흘렀다.
포노가 다가가자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건… 당신이 보낸 건가요?”
포노는 대답 대신 편지를 내려놓았다.
봉투가 열리며, 빛의 문장이 바람 속으로 퍼졌다.
> “미안해요. 당신이 떠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봄을 기다렸어요.”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달빛이 그 위로 내려앉았다.
그녀는 속삭였다.
“그래요, 나도 그 봄을 잊지 않았어요.”
포노는 조용히 돌아섰다.
그의 발자국마다 별빛이 피어났다.
멀리서 별사탕 우체국의 종이 울렸다.
루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달빛이 전하지 못한 말, 결국엔 마음이 대신 흘러 보내는구나.”
그녀는 새 종이를 꺼내 잉크를 묻혔다.
> “사람의 마음은 잊는 게 아니라, 기억을 덮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덧붙였다.
> “당신이라면, 어떤 봄을 다시 불러내고 싶나요?”
달빛이 그 문장을 감싸며 천천히 세상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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