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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물속이 먼저 숨을 쉰 순간

by Helia

물아래에서 천천히 떠오른 그림자가 눈을 뜬 그 순간, 공기는 미세하게 떨렸다. 아기 두꺼비는 숨을 삼킨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물결 위에 번지던 반짝임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오래전부터 봄의 밑바닥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세상의 표면으로 올라오는 오래된 이름 같았다. 작은 두꺼비도 두꺼비의 발끝을 움켜잡듯 바짝 붙어 섰다. 둘의 그림자는 물 위에서 맞닿아 있었고, 그 맞닿음은 마치 서로를 잃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보였다.

그림자는 점점 선명해졌다. 두꺼비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두려움이 아니라, ‘알아야만 하는 순간’이 왔다는 것을. 살아가는 존재라면 언젠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질문이 생긴다. 지금 눈앞의 그림자는 그 질문의 첫 형태 같았다.

물속의 형체는 아주 천천히, 마치 봄이 스스로 호흡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맑은 물결 위에 금빛이 얇게 펼쳐지고, 그 금빛은 두꺼비들의 얼굴을 비추며 작게 흔들렸다. 두꺼비는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눈앞의 세계가 조금 더 또렷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일었다.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그 뛰는 속도조차 새로운 계절의 일부 같았다.

“무서워?” 두꺼비는 말없이 작은 두꺼비를 바라봤다. 작은 두꺼비의 떨림은 분명 두려움이었지만, 그 두려움 너머에는 ‘멀어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 의지는 봄의 햇빛처럼 미약하지만 따뜻했다. 두꺼비는 그 따뜻함을 등에 느끼며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 순간, 물아래의 그림자가 기척을 보냈다. 아주 짧고 조용한 떨림이 물 표면으로 퍼져 왔다. 두꺼비는 심장이 멈출 만큼 놀랐지만, 발끝은 한 번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이상했다. 겨울 내내 자신을 움츠러들게 했던 공포가, 지금은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힘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두려움이 나를 막는 게 아니라, 두려움이 나를 이끌고 있구나.’

물속의 그림자는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금빛 안쪽에서 무엇인가 길고 부드러운 선이 움직였다. 물풀 같기도 하고, 어린 생명 같기도 했다. 작은 두꺼비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두꺼비는 조용히 손을 뻗듯 물결 위에 발끝을 내밀었다. 그 순간, 물속의 형체가 두꺼비의 움직임에 반응하듯 살짝 흔들렸다.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떨어지며 물 위에 점들을 만들었다. 점들은 금빛과 섞여 더 큰 원을 그렸고, 그 원은 깨질 듯 투명하면서도 생명으로 떨리고 있었다. 두꺼비는 알 수 없는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두려움도, 기대도 아니었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은 지나가면 안 된다’는 본능적인 느낌이었다.

물아래의 형체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금빛 주변을 둘러싼 어둠이 아주 얇게 걷히며, 그 속에서 무언가의 윤곽이 드러났다. 작은 두꺼비는 두꺼비의 옆구리에 몸을 붙였다. 두꺼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우리가 보면 돼.’

그리고 갑자기—아주 작지만 분명한 숨소리가 물속에서 올라왔다. 물이 먼저 호흡하는 것 같았다.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과도 같은 그 소리는 두꺼비의 가슴 깊은 곳을 울렸다. 금빛은 더 강하게 흔들렸다.

두꺼비는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작은 두꺼비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눈을 크게 뜬 채 물아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금빛의 중심에서—
물속의 형체가 아주 천천히,
그들 쪽으로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 얼굴은… 아직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봄이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 ‘첫 만남’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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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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