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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이 아닌 것들의 함정

2층이 뷰가 좋고 지하는 분위기가 산다고?

by 사마의

부동산에 가서 식당 자리를 알아볼 때 대부분 처음엔 (아니, 사실 처음도 아니고 계속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일단 싼것"을 찾는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싸고 좋은 것"을 찾지만 그런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예산에 맞춰서 싼것을 찾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2층과 지하 점포까지 살펴보게 된다.


2층과 지하 또한 엄연한 점포고 상가다. 분명히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고 잘 되는 곳들 또한 존재한다. 그 뿐만 아니라 3층 4층 6층 7층 다양한 위치에서 성업하는 식당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면을 보고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 우선, 우리는 개인 자영업자다. 게다가 심지어 소자본 창업이기까지 하다. 즉 최대한 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해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기분적인 측면으로 가보자.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정말 뚜렷한 나라다. 그리고 활동하기 다소 불편한(?) 여름과 겨울이 있다. 심지어 요새는 꽤 길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날에 하이힐을 높이 신은 여성이라 하고 2층에 있는 당신의 식당을 찾는다 라고 해보자. 과연 들어갈까? 왜? 무엇때문에? 정말 과연 들어갈까? 계단을 귀찮게 오르지 않아도 되는 넘쳐나는 1층 식당들을 두고? 겨울도 마찬가지다.


다른이야기를 한번 보자. 당신이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썩 하면서 길을 걷고 있다. 당연히 시야는 친구들쪽을 향한다. 친구들도 내 쪽을 향한다. 이 상황에서 절대 고개를 들고 시선 윗 방향에 대해서 두리번 거리면서 집중적으로 탐색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선의 방향은 자연스레 1층 상가들이 있는 곳에 위치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의 점포가 2층 혹은 지하라면? 눈에 들어 올까? 간판이 있다 한들 수백개가 넘쳐나는 간판들 속에서 과연 유인책이 될 수 있을까?


실제 부동산 거래 때도 마찬가지다. 조금 물건들을 봤다 하는 사람들은 똑같이 "싸고 좋은것"을 찾으려 하고, 그 좋은것 속에는 "1층"을 강조하는 창업자들이 많다. 유동성이 좋고 때문에 유입이 용이하고 가시성이 좋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아는 것이다. 게다가 한 가지의 중요한 이유가 더 붙는다. 바로 거래가 잘 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은 리스크를 방어하는 측면에서 용이한 부분이다. 2층과 지하에 비해서 1층의 수요가 막대하게 많은데, 많다는 소리는 내가 점포를 정리해야 할 경우에 거래가 빠르다는 소리다. 거래가 점점 늦어질 수록 월세의 압박과 인건지, 기타 부수적인 비용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거래가 빠르면 그 비용에 대해서 추가로 지불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는 권리금을 얻어 내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쉽지 않다는 얘기는 권리금을 깎아서 나가거나 아예 받지 못하고 나가게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1층은 그에 비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안정적인 편이다.


단순하게 이렇게 가볍게(가볍지만 사실은 중요하고 무거운) 접근한다 하더라도 1층의 중요성을 어필할 수 있다. 2층이나 지하가 1층에 비해서 저렴하다고 들어갈께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그러한 우리의 입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1층이든 2층이든 지하 6층이든 15층이든 알 바 아니다. 거래만 성사되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게 그들의 목적이다. 왜냐고? 그래야 중개수수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가면서는 반드시 "1층만 보겠다." 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이 필요하다. 아무리 주변에서 꼬시고 유혹해도 무조건 1층을 고수해야 한다. '왠지 여기는 다른 느낌이다.' 라거나, '왠지 2층인데 1층같은 느낌이라 괜찮을것 같다.'거나 하는 자신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면 한 템포 쉬어가거나 다른 상권을 돌아보며 머리를 식히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한 지역만 계속 보다보면 자신과 타협하게 되니까 말이다.


꼭 장사는 그 지역에서 해야 하는것이 아니다. 돈이 되고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가서 해야 한다. 지하에, 혹은 2층에 아무리 조건 좋은 점포가 나오고 심지어 내부 기물까지 싹 넘겨준다고 하더라도 혹해서는 안된다. 자신 또한 그렇게 들어가서 더 내어주고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식당 차렸다가 망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 이건 돌 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널 정도가 아니라 다리는 튼튼하게 만들어서 가도 될까 말까 할 정도라는 소리다. 그런 위험한 생존시장에서 "이만하면 됐겠다" 라는 것이 과연 통할까?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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