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는 응원하며 화해조서를 쓰라하고 부동산은 써도 괜찮단다.
식당창업을 위해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공실이든 아니든 어쨌든간에 임대인을 만나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 때 항상은 아니라고 하지만 의외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녀석이 있다.
바로 화해조서다. 정확한 명칭은 제소전 화해조서라고 하는데 소송상의 화해, 제소전의 화해의 내용이 기재된 조서로 법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아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다.
1. 당해봐서 안다.
2. 주변에서 절대 하지 말라고 귀에 박히도록 들어서 안다.
아니까 경계한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화해조서에 대해서 모른다. 모르면 경계하고 알아보고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는 이유는 뭘까? 해당 부동산 물건이 눈에 씌어서?? 부동산 중개업자가 괜찮다고 해서??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일단 당하고 나면 돌이킬 수가 없다. 서명하고 도장 찍었다면 스스로의 책임이고 그 원망과 억울함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모르면 당하고, 모르는건 형법상 죄가 아니더라도 내 자신 내 가족에게 죄를 짓게 된다.
어떤 타이밍에 이 화해조서가 나오는지 살펴보면...
식당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자리를 찾아 발품을 판다. 개인 직거래 매물도 보고 중개업자도 만나고 열심히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듯 이 자리에서 내가 식당을 하면 왠지 대박 사장님이 될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오는 자리를 만난다. 그리고는 계약하기로 한다. 이전 임차인과는 다행스럽게도 권리 계약이 잘 끝나고 건물주를 만나서 본계약만 제대로 진행되면 가게를 얻을 수 있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고 손님응대는 어떻게 할까에 대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본 계약 테이블을 준비하며 부동산 중개업자 사무실로 간다. 그리고는 이런 얘기를 듣는다.
사장님 건물주 분 오시기 전에 화해조서 하나 작성하셔야 해요~^^
라고 말이다.
"그게 뭐에요?" 라고 물으면 위에 적은것 처럼 "화해조서는 법원 1심 판결 효력과 동일한 효력을 내는 서류로......" 이렇게 얘기해 줄까? 그럴리 없다. 항상 말하지만 부동산 중개업자는 계약이 완성 되어야 수수료를 받는다. 때문에 계약이 깨지는것을 원하지 않고 화해조서에 본질에 대해서 계약 당사자가 알았다가는 계약이 깨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 또한 알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 할 것이다.
월세 밀리고 나몰라라 버티시고 시설 망가뜨리고 몹쓸 행동 하시는 분들 계셔서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 같은거 하시는거에요~ 월세 안밀리고 건물 깔끔하게 잘 쓰시면 별거 아닐꺼에요~^^
라고 얘기할 것이다.
자신만만하게 "전 월세 안밀리고 깨끗하게 잘 쓸껍니다!" 하면서 신명나게 썼다가는 화해조서의 함정에 걸린다. 그렇다고 의심하면서 "이거 쓰면 위험한거 아니에요? 정말 써도 되는거에요? 안쓰고 싶은데?" 라고 했다가는 "그거 안쓰시면 여기 계약 못하세요~" 라는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콩깍지 까지 생겼는데 여기가 아니면 안 될것 같은 묘한 끌림에 도장 찍었다가는 역시 함정에 걸리는 것이다.
왜 함정일까? 월세 잘 내고 약속 잘 지키면 되는데 맘에 드는 자리기도 하고 쓰면 되는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법원 판결과 효력이 같다는 데에 있다. 쉽게 말하면 화해 조서에 '월세 2개월 밀리면 가게를 즉시 비운다.' 라는 항목이 있을 경우 2개월간 월세를 밀리면 쫓겨난다. '가게를 비울 때는 건물 초기 완공 때의 상태로 원상복구 하고 나간다.' 라고 적혔다면 본적도 없는 초기 상태로 복구를 하고 나가야 한다. 무슨 소리냐고 시시비비를 가리든 법원을 가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법원은 이미 한번 다녀온 것이나 다름없고 화해조서가 있다면 왠만한 부당한 것들도 다 허용된다. 때문에 부당한 내용이 있는데도 도장을 찍었다면 그 부당한 것들을 다 감내하겠다는 의미고 구제받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화해조서 내용이 철저하게 임대인의 편의 위주로 작성된다는 점이다. 절대로 임대인과 임차인 쌍방이 공정하게 지위를 놓고 균형있게 작성되지 않는다. 어차피 임대인 입장에서는 쓰면 쓰고 말면 다른 사람 들이면 되니 말란 식인 생각이 크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 듯 그 과정을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것이 부동산 중개업자다.
그들은 계약이 체결된 후 수수료를 받고 나면 화해조서에 따라서 임차인이 피해를 입든 득을 보든 상관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 책임 또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건 아무리 하늘이 나한테 준 것 같은 가게 자리라고 생각된다 할지라도 이것저것 미심쩍거나 아닌것 같은 내용들이 포함되기 시작한다면 미련없이 털어버리고 다른 곳을 찾을 생각을 항상 해야 한다.
자리를 찾으러 돌아다니는건 수 많은 기회가 있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그곳에 묶여버리기 때문이다. 내 인연같은 자리는 없다. 그런말은 다 사탕발림이고 덧없는 기대와 상상에 바람만 넣는 말이다. 식당은 철저하게 분석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 잡힌 자리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스스로가 좋은 자리로 만들어 가야 할 일이 남았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