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기 더럽다며 때려치우고 식당이나 하자는 우리 이웃들에게...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을 것이고 종이가 뚫어질 정도로 여러 번 본 내용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언론 매체를 접한 경험이 있는 누군가라면, 그리고 산간벽지에서 혼자 동떨어져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얘기 한 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식당, 열에 아홉은 망한다.
라고 말이다.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해보자면 식당 폐업률은 94%로 당신과 내가 보고 있는 눈앞의 대부분 식당들은 망했거나, 망해가거나, 망할 예정인 식당들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상황에 대한 인지능력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사람이 분명 저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신기하게도 자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냥 무시하고 마는걸로 끝난다면 오히려 감사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을 정확히 말하자면 수많은 예비창업자들이 '기-승-전-치킨집'이라는 유머를 웃으면서 받아들이고 있고 아내의 음식 솜씨가 좋다거나 혹은 어머니 음식 솜씨가 좋다거나 하여 식당이나 한번 해보자는 만만하고 오만하기까지 한 마음가짐으로 식당일을 바라보고 있다.
왜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머릿속으로 플랜 B, 혹은 보험적 수단으로 외식창업을 생각하고 있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맨날 먹는 밥 나도 만들 수 있어서인지 아니면 하도 식당들이 많은데 점심시간만 되면 다들 바글바글하니 나도 차려보면 돈 좀 만지겠다는 심리 인 것인지 그 속내는 뭔가에 홀려서 씌어 봐야 알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당의 현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단어로만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열에 아홉이 망한다는 그 얘기가 아니다. 식당이 육체적으로 죽어날 것 같이 힘들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왜냐고? 이유는 간단하지 않은가? 식당일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택배 상하차나 공사장 일에 비하면 별 일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당일은 육체적 노동과 동시에 정신적 노동이 공존하는 일이다. 손님을 눈앞에서 직접적으로 상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성격이 제각각인만큼 다양한 폭발 스위치를 가진 천 인천 색의 사람들이 식당을 방문하게 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제공해줘야 한다.
단순히 주문받고, 음식 내어가고, 계산하고, 안녕히 가시라 인사하고 보내면 그만일 것이라 생각하는가?
돈이 많아서 취미로 가게를 한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절대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위에서 얘기한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을 포함하는 동시에 경영, 인사, 재무, 물류 등 손 닿는 모든 것들을 해야 하는 것이 식당 일이고 식당 "사장님"의 소임이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해 감에 있어서 제일 큰 어려움은 당신 곁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며 그 외로운 싸움을 순수하게 혼자서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짐을 지고 가야 하는 일은, 그것도 인생 2막을 위해 전 재산을 올인하여 배팅해 가는 상황인데 그 중대성과 무게감이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 무게를 가볍게 보는 것이 예비 창업자들의 현실이라면 충분히 기가 차고 안타까울만하지 않을까? 내 가족, 내 친구가 준비도 없이 알지도 못하면서 시작하겠다고 한다면 말 그대로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려야 할 일이다.
쫓아 다니면서 말려야 할 이유는 그것들로 끝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부동산, 건물주, 브로커 등 수 많은 주변의 영향력들이 내 창업자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선의를 가지고 도움을 주는 존재들도 있으나 그 흑백을 가릴 줄 모르는 예비 창업자일 수록 검은 손은 더 강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이란 음식을 파는 장사다. 그리고 장사의 가장 큰 장점은 장사를 계속하는 한 이어 나가며 지속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굶지 않고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심지어 잘 되면 돈도 잘 벌 수 있다. 여기서 분명 필요한 요소가 있다. 노력은 기본이고 그 노력의 방향성과 경험이 필요하고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 되느냐 아니면 "잘 시작한 일"이 되느냐는 극명하게 나뉠 것이다. 1억? 준비하지 않은 식당 창업이라면 먼지처럼 흩어지는 건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