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판도라 상자

인스타그램

by 아밀

나의 판도라 상자, 인스타그램

아, 그걸 또 열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손이 갔다.

나와는 다른 삶. 풍요로운 생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던 내 마음이

한순간 초라하게 식어버린 어젯밤,
괜히 아무 생각 없이 SNS를 열었다.


아니, 사실 아무 생각이 없진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보면 기분이 나빠질걸.
괜한 비교로 스스로를 깎아내릴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은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넘기고 있었다.


좋은 집, 좋은 차, 여유로운 일상.
육아도, 생활도, 커리어도 완벽하게 균형을 맞춘 듯한 삶.

그들의 피드는 언제나 환했다.
가끔은 따뜻한 나라의 해변에서, 가끔은 유럽의 한적한 골목에서.

내가 꿈꾸던 여행지들이 그들에게는 일상이었다.

황금연휴에 훌쩍 떠나는 여행,
아이들은 어려운 과정도 마치 놀이처럼 해내고
가족과의 시간은 언제나 평온하고 완벽해 보였다.

그들의 하루는 내가 상상하던 이상적인 삶과 닮아 있었다.

나는 그저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처음에는 부러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단순한 부러움이 아니라 자괴감으로 바뀌었다.

나는 뭐 하고 있지?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어쩌다 이렇게 차이가 나버린 걸까?

분명 최선을 다했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애썼는데도
왜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은 온통 헝클어져 있었다.

부러워하는 내 모습이 초라했고, 이 감정을 느낀다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비교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되었다.


나에게 SNS는 내가 잘 살고 있다는 하나의 안부이자 기록이었다.

나름 나의 템포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

때로는 얄팍한 마음으로 남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그런 날의 내 피드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부러움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알고 있다.
SNS 속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반짝이는 순간이 누군가의 전부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감정은 쉽게 요동친다.


심지어 비교는 아이에게까지 뻗어갔다.

육아, 교육, 성장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내 피드를 채웠다.

영재원, 국제학교, 필수 과목, 추천 학습법
그리고 그걸 ‘완벽히 해낸’ 아이들의 후기.

정보를 얻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은 복잡해지고 조급해졌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피드 하나하나를 넘길 때마다 흔들렸다.


그리고 그 비교는 결국 나 자신을 삐뚤게 만들었다.

댓글 창에 달린 삐딱한 반응에 은근히 공감하고,
잘 나가는 사람의 그림자나 허점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뛰어난 아이들을 보면서 ‘곧 번아웃 오겠지’ 하는 못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부러움이 아니라, 질투구나.

상대의 행복을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

그들의 빛이 내 초라함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 때 드는 감정.

그리고 그 감정에 잠식될수록 나는 더 초라해지고 있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뭘까.
내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고,
내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걸까.

어떤 부분이 특히 부러운 걸까?


나는 단순히 남들을 질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야 했다.

마냥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극받는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했다.

마음이 자꾸 흔들린다면, 그건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내가 바라는 삶에 대한 두근거림이 아닐까?


그렇다면 질투 대신 동경을,

열등감 대신 성장의 의지를 가지기로 했다.


많은 자기 계발서는 말한다.

부유한 삶을 원한다면, 그 삶을 부정하지 말고 진심으로 좋아해야 한다고.

그래야 그런 삶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나는 이제,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지금 내가 부러워하는 그들 역시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나를 보며 누군가는 부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서로의 방점이 되어준다고 생각하면,
SNS는 단순한 허상이나 과시의 장이 아니라
영감을 주고받는 공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비교는 나를 초라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부러움이 아닌 영감을 받으며, 나도 내 속도로 나아가기로 했다.

남의 삶을 바라보며 초조해지는 대신,
나만의 템포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믿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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