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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비 Nov 06. 2019

바스락바스락


    엄마가 만들어 놓은 가족 앨범을 보다 보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낙엽을 하늘로 던지며 찍힌 사진이 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사립학교였고, 수요일마다 드리던 예배 대신 찬송가 부르기 대회였는지 뭔지 알 수 없는 대회를 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찍어 주신 사진이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이상한 대회가 꾀나 많았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교회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길이 단풍나무와 나팔꽃으로 가득 차 아름다웠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친구였던 아이중 하나는 떨어지는 낙엽에 어깨를 맞거나 손으로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그랬었다. 내가 그 당시 좋아하던 아이는 샤프심을 먹고 연필 뒤에 있는 나무 조각 장식을 씹어 삼키는 책을 좋아하는 이상한 아이였다. 그 아이를 따라서 도서관에 가서 방해하는 것보다야 떨어지는 낙엽을 잡는 편의 더 희망 차다고 생각했던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약 2년간 가을만을 기다려 왔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은 적은 없다. 그때의 낙엽과 마찬가지로 남아있는 초등학교 친구들은 한 명도 없다. 국회의원을 준비하는 아빠를 둔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왕따 놀이”를 가장해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며 왕따를 정해 따돌렸던 아이들에게 관심을 줄 필요도 얽히고 싶지도 않다.  

    낙엽을 잡으러 뛰어다니던 아이는 커서 낙엽이 굴러가는 거만 보아도 낙엽이 불쌍해! 하는 아이가 되었다. 엄마는 낙엽이 굴러가는 거만 보아도 까르륵 웃어야 할 나이인데 내가 유별 나다고 생각했다. 근데 뭐 그 엄마에 그 딸이지 싶다. 엄마는 생리를 하는 나에게 생리대를 챙겼냐면서 내 가방을 뒤질 때 내 가방 좀 헤집어 놓지 말라고 말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도 땅을 치며 속상하다고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연락을 끊었던 초등학교 친구들과 다시 연락이 된 것은 카카오톡이 처음 생겼을 때이다. 단톡방이라는 개념이 생겼을 때에 초대된 톡방에는 보기 싫은 애들이 있었고 나는 자꾸만 방을 나가도 초대하는 방장 아이에게 그만 좀 초대하라고 개인톡을 보냈다. 그 여자애는 다시 나를 초대해서 내가 보낸 톡을 캡처해서 조롱했다. 딱 한 명만 나에게 개인톡으로 그냥 카톡을 지우라고 말해준 애가 있었는데, 한동안 카톡 없이 살았던 거도 그때 일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단톡방을 확인하기를 싫어한다. 그래도 내가 모든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증오하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도 있는데, 그 단톡방에는 없었던 친구가 어느 날 가야금 공연을 하는데 내가 꼭 와주면 좋겠다고 연락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공연장에서 다른 애들을 마주칠까 너무 무서워서 가겠다 하고 안 간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모두 차단해버려서 그 친구와 연락할 방법이 사라 졌다는게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 애인과 길을 걷다가 낙엽이 떨어져 어깨에 맞았다, 나는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나 “사랑이 이루어지려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잡으려고 노력하던 낙엽이 스스로 와 떨어졌다. 


쌓아 놓은 낙엽 더미에 강아지가 뛰어들어 구멍을 만드는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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