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귀가 밝은 편이다. 밝은 잠귀 탓에 침대에 누우면 부엌의 냉장고 소리, 옆집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 놀이터의 그네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그런 소리를 듣는 사람은 없다고 내 정신병이 만들어낸 환청이라 한다. 그것이 환청인지 아니면 진짜 존재하는 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찌 되었건 시끄러워서 잠에 들지 못하는 건 똑같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소리들은 내가 피곤해질 때에면 더 다양게 들리는데, 어제는 침대 밑에서 스윽 스윽하고 바닥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어떤 새로운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가 무엇인지 한참 동안 고민을 하고 분석한다. 그 소리가 나는 방향. 거리. 이유 등, 몇 분동 안 계속 숨죽이고 듣다 보면 그 소리의 원인을 알게 되어 조금 안심하게 된다.
잠깐 안심한다는 말로 빠지자면, 어렸을 때 잘 때마다 들리는 삐익삐익 거리는 기계 소음에 나는 가족들에게 울면서 소음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하겠다고 그랬다. 당연히 가족 중 누구도 내 방 안에서 나는 삐익삐익 거리는 소음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어린 나는 두 귀를 틀어막고도 나는 전자음에 눈물을 흘리며 떨고 있었다. 내가 잠버릇이 고약하다며 나와 같이 자기를 꺼려했던 언니는 그날 내 방에 들어와 나를 안고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웠다. 언니는 기도를 하며 중간중간에 계속 소리가 들리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언니의 품에 안겨 아직도 기계 소리가 들린다고 하자 언니는 주님께 기도를 드렸는데도 들린다면 그건 사탄이나 다른 나쁜 존재가 나를 괴롭히려고 내는 소리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해주었다. 나는 어쩐지 그 이야기에 안심이 되었고, 몇 분 뒤 빠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소리는 핸드폰 충전기와 핸드폰 단자의 접촉 구간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알게 된 새벽소리의 정체였다. 언니가 말해 주었듯이 그 소리는 사탄이 내가 잠을 들지 못하게 괴롭히려고 만든 악의 소리가 아니라 단순히 전자기기가 내는 평범한 소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들리는 삐익 거리는 소리는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25년의 세월 동안 많은 새벽 소리들의 정체를 수집하게 되었다. 잠들기 전에 나는 익숙한 소리들을 하나하나 냉장고 소리, 낮에 구겨서 버린 사탕 봉지가 천천히 펴지는 소리 등으로 나누어 듣다 보면 어느새 모든 걸 안심 한채 잠들 수 있다.
그렇게 스윽스윽 거리는 정체는 침대 밑에서 나는 정체 모를 벌레 소리라는 것을 나는 직감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없다면 나는 방 불을 켜고 침대 끝에 앉아 눈을 금고 그 소리를 따라가야 했다. 그리고 두 눈으로 그 정체를 확인을 해야만 잠에 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모기와 날파리도 무서워하는 벌레 혐오자이다. 스윽스윽 거리는 소리를 낼 수 있는 벌레는 최고 바퀴벌레 사이즈의 대형 곤충이다. 모기나 날파리라면 바로 일어나 방안에 애프킬라를 분사해놓고 몇 분 정도 거실에 앉아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오면 되지만, 사이즈가 큰 벌레는 애프킬라로 죽지 않는다. 오히려 화만 돋우울 뿐이다. 침대 밑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난 점점 더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구상하게 되었다.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어쩐지 몇 달 전부터 양말이 한 짝씩 사라지고, 팬티가 자꾸만 사라졌는데 혹시 지금 침대 밑의 그 사람일까? 내가 지금 내려다 보고 눈이 마주친다면 나를 죽일까? 방문을 열고 불을 켜고 소리를 지르면서 쳐다보면 아빠가 달려 나와서 나를 지켜 주실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는 소리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기우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하는 거라고. 하지만 이러한 상상을 하는 와중에도 스윽스윽 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몇 번 침대의 해드를 주먹으로 쾅쾅 친다음 화장실에 가는 척을 했다. 사람이라면 도망갈 기회를 준 것이다. 그렇게 돌아와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스윽스윽 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소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이 글은 방 조명이 식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적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