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프롤로그
아이의 마음이 늘 궁금한 엄마의 아주 사적인 여행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어쩌면 발리 없는 발리 여행기가 될지도 모를.
식당에 가면 아이를 위한 음료를 따로 주문하지 않는 편이다. 거의 미리 챙겨 다니고, 설령 주문한다고 해도 메뉴를 보면 탄산음료만 제공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용 음료를 따로 준비해 둔 식당일지라도 확인해 보면 당 함유량이 높은 음료가 대부분이라 굳이 사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발리에서는 달랐다.
나와 남편이 각자 음료를 고르는 걸 보던 아이가 자신의 몫도 요구하기 시작한 것. 100% 과일주스를 파는 곳이 이렇게 많은데 안 될 이유가 무언가. 그때부터 아이를 위한 음료도 함께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스 먹을래? 수박, 망고, 파인애플 있네.
그럴 때마다 때로는 심드렁하게, 때로는 고심해서 자신의 음료를 고르는 아이는 올해로 다섯 살. 해외에서는 네 살로 통한다. 언제 이렇게 커서 주문하는데 참견도 하고, 스스로 메뉴를 고르게 되었는지, 새삼스레 대견하다.
이런 작은 경험을 토대로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아차리고, 자신 있게 요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그 밖에도 식사 중엔 무릎 위에 냅킨을 올려둔다거나, 식사 후 식기 정리하는 법 등을 알려줄 때마다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아이를 보며 역시 조금 고생스러워도 해외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시가 먹는 것에만 한정된 것 같다고 느낀다면 착각이 아니다).
먹이고, 씻기고, 재워줘야만 했던 아이가 이렇게 서서히 온전한 한 사람 몫을 하게 되면서 여행이 조금씩 편해진다. 앞으로 아이가 자라날수록 우리 여행의 모습도 계속 달라질 것이다. 함께한 시간과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얼마나 멋 진 추억이 될까. 부푼 기대를 안고 발리 여행을 추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