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우붓, 작은 모험을 떠나다
‘발리’, 그것도 ‘우붓’ 하면 요가지!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야외 스튜디오에서 요가하는 모습이 내게는 그야말로 로망이었다.
한국에서도 우붓의 요가원과 후기들을 찾아봤지만, 선뜻 예약할 수는 없었다. 여행지에서의 하루하루가 어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딱 고정해서 빼두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하여 로망 실현에 대한 꿈을 반쯤 접어둔 상태로 출발했는데...
여행지 한정 아침형 인간인 나를 발리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서울에서 들어본 적 없는 다채로운 새소리 덕분인지, 일찍 일어나 숙소를 나서는 사람들이 오가며 나누는 대화 소리 때문인지(아마 둘 다일 것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다시 아침형 인간이 되고 나니 마음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한 번 가봐?! 하지만 숙소에서 적당한 거리의, 일반인 대상이면서 시간까지 맞는 수업을 급히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더 마음을 내려두고 있었는데...
일찍 눈이 떠진 아침, 근처에 문 연 카페를 찾다가 한 요가원이 레이더망에 걸렸다. 걸어서 3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데, 시간표를 보니 한 시간 후에 오픈 수업이 있었다. 초행길인데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가다 어려우면 다른 카페 찾아가지 뭐!’ 하며 나갈 채비를 했다. 지금껏 돈도 남편에게 맡기고 졸랑졸랑 따라다녔던 나, 카드와 현금을 받아 들고는 아이가 깰세라 조심조심 방을 나섰다.
호텔 주변도 잘 모르는데, 걸어본 적 없는 방향을 이른 시간에 홀로 걸으려니 어쩐지 무서웠다. 차와 오토바이는 매연을 내뿜으며 반대 방향으로 슝슝 지나가고, 좁은 거리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무서웠다. 하지만 조금 걷다 보니 누가 봐도 요가하러 가는 복장의 서양 언니들도 보이고, 러닝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지나쳐갔다.
몽키포레스트에 가까워지자 정말로 (당연하게도) 원숭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의 차낭사리나 쓰레기를 뒤져 먹기도 하고, 낮은 건물들의 지붕 위를 걷고 전깃줄을 타며 이동하는 원숭이들. 좁은 인도에서 원숭이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지나치기 위해 애쓰는데 살짝 진땀이 났다.
후기에 ‘간판을 보고도 한참을 이 길이 맞나 하면서 가야 하는데, 믿고 쭉 가라’고 남겨주신 분이 있어서 믿고 들어갔더니 정말 일순간 탁 트인 논 뷰가 펼쳐졌다. 주위 숙소 직원이 비질하는 소리, 새소리를 벗 삼아 뷰를 즐기며 안으로 더 들어가니 작은 리셉션이 있었다. 그곳에서 당일 이용권을 결제하고(예약 안 하고 왔다고 돌려보낼까 봐 두근두근), 조금 내려 들어가니 요가 스튜디오가 나왔다. 내가 이렇게 야외에서 요가를 해본 적이 있었던가.
선생님은 젊은 남자분이었고, 수업은 발리 스타일의 영어로 진행되었다. ‘Thank you to your body’라고 했던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으나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이 중간중간 있어서, 영어권 사용자들은 얼마나 어색해했을지, 우스워했을지 짐작만 해보았다.
한국에서 접했던 요가와는 느낌이 달랐다. 수업의 처음과 끝, 모두 함께 ‘옴-샨티’를 외치는 순간은 낯설지만 신기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인종과 체형의 사람들과 한 공간에 모여 수련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선생님은 아주 쉬운 동작부터 반복하며 하나씩 하나씩 어려운 단계를 알려주었다. 자기 컨디션에 맞게 하면 된다고 하면서도 가능한 사람들은 조금 더 도전해 볼 수 있도록 계속 부드럽게 권유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땀이 뻘뻘 나는 시간이었지만, 끝나고 나니 너무 상쾌했다.
아침부터 홀로 작은 모험을 떠났다가 무사히 숙소로 돌아오니 아이와 남편이 로비에서 조식을 먹고 있었다. 나는 아침을 주문하고, 남편은 마사지를 보내며 기분 좋게 배턴 터치를 했다.
충만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