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우붓에서 부다페스트가 떠오른 이유
밖에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경찰 둘이 길가에 세워진 바이크 바퀴 쪽으로 손을 넣어 뭔가를 빼는 걸 보았다. 남편은 바퀴 바람을 빼는 것 같다고 했다. 별다른 안내도 없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바람을 뺀다고? 처음 마주하게 된 상황이 궁금해서 잠시 지켜보았다. 한 남녀가 타이밍 좋게 와서 무어라 얘기하더니(아마도 바로 빼겠다고 한 것 같다) 문제없이 출발했을 뿐, 바퀴 바람이 빠져서 곤란을 겪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 소란 속에 저 멀리 한 키 큰 백인 남성이 경찰, 근처 가게 직원과 한참 서서 이야기 나누는 걸 보았다. 그들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내가 들을 수 있었던 말은 “That was my bike” 뿐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포기한 듯 황망한 몸짓으로 우리를 지나쳐 터덜터덜 길을 따라 내려갔다. 바이크를 견인당한 걸까? 아니면 타고 갈 수 없어진 바이크를 버리고 가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더 먼 곳에 주차를 해두었던 걸까? 궁금하지만 좁은 길에 오래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우리도 곧 가던 길을 갔다.
만일 내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남들 하듯 바이크를 빌려 이곳저곳 다니던 여행자였고, 남들 하듯 주차해 놓고 볼일을 보러 갔다 왔는데 웬 경찰이 바퀴 바람을 빼는 현장을 목격했다면? 혹은 시동을 걸고 출발했으나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확인해 보니 바람 빠져있는 타이어를 발견했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아찔했을까. 실은 나는 바퀴에 바람이 빠지면 바이크가 굴러가는지 아닌지조차 모른다.
바이크를 빌릴 때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알려주기는 할까? 예컨대, ‘아무 데나 주차하면 안 돼, 경찰이 불시에 와서 바람을 빼버릴지도 몰라’ 식으로. 아무튼 내가 알았어야 하는 어떤 사실을 모르고 다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행은 정말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이 경우엔 바이크를 대여할 때부터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예전에 부다페스트에서 버스인지 트램을 탔다가 벌금을 물었던 쓰라린 기억이 떠올라 더 마음이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탑승 후 승차권을 사용 처리하는 방법을 몰라 몇 번 시도하다가 그냥 안으로 들어갔는데, 바로 여자 둘이 나타나 무섭게 따라 내리라고 하며 돈을 요구했다. 일회용 표를 돈 내고 샀고, ‘펀칭을 안 하려 했던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걸 어째’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엔 ‘순진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사기에 당했다며 분개했다. 내가 펀칭을 안 한 걸 봤다면, 여러 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것도 봤을 텐데. 지금 돌이켜 보니 그게 바로 부정승차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구나 싶긴 하다. 어찌 됐든 현지 교통수단 이용법을 꼼꼼히 알아가지 않았던 나의 불찰이었다.
부디 그 백발의 아저씨가 문제없이 가던 길을 갔기를.
우린 바이크와는 거리가 먼 여행자이지만, 나중을 위한 교훈을 얻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