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 포레스트

07. 원숭이들의 터전일까, 무대일까

by 게으른 기록자

대체 무슨 생각으로 숙소에서 몽키 포레스트까지 아이랑 걸어서 가려 했는지 모르겠다. 더우면 중간중간 가게에 들러 구경도 하고, 기념품도 사면서 슬렁슬렁 가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거리는 생각보다 땡볕이었고, 가게에서는 생각보다 눈치를 주었으며, 아이는 생각보다 더 금방 힘들어했다.


IMG_9700.jpg


편의점에서 목을 축일 물과 아이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줄 츄파춥스 하나를 샀다(“도착하면 먹자~”). 지친 우리는 차마 바로 입장할 엄두가 나지 않아 매표소를 앞에 두고 잠시 앉아 더위를 식혔다.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은 줄을 서 있고,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사람들은 기진맥진해 보였다.


입구에서는 짐 수색을 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주 크게 적힌 경고문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대충 원숭이의 눈을 똑바로 보지 마라, 안에서 음식물을 섭취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선글라스나 모자도 조심하라고 쓰여 있었다. 갑자기 겁이 났으나, 여기까지 와서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조심조심 안으로 향했다.


사람용인지 원숭이용인지 모르겠는 식수대에서 자연스럽게 버튼을 눌러 물을 마시고 열매를 헹궈 먹는 원숭이, 갓 태어난 듯한 새끼를 품에 안고 있는 원숭이, 우물 같은 곳에서 먼저 자맥질을 하기 위해 기싸움을 하는 원숭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원숭이들이 모여있었다.

중간중간 돈을 내면 원숭이와 가까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사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같은 숙소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아저씨가 한 말대로 정말 더러울까...? 생각하면서.


아주 열성적인 현지인 가이드가 한국인 대가족을 이끌고 들어와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더위에 너무 지친 나머지 사진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솔직히 몽키 포레스트는 겁이 많거나 동물에 큰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딱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 굳이 입장료를 내고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원숭이는 우붓 이곳저곳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에서 원숭이 모자를 만났던 순간은 지금도 종종 떠오른다. 탯줄인 것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계속 핥고 질겅질겅 거리며, 갓 태어난 듯 작고 촉촉한 아기 원숭이를 계속해서 안아 보듬는 어미 원숭이를 그렇게나 가까이에서 보다니, 뭉클한 순간이었다.





keyword
이전 06화스치듯 왕궁 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