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우리의 밤도 흥겨울 수 있어
음악을 좋아한다. 남편과도 음악을 빼놓고서는 논할 수 없는 활동을 통해 만났다. 전형적인 ‘흥(은)있(지만)끼(는)없(는 사람)’인 나. 따지고 보니 아이 낳고서는 한 번도 음악을 즐기기 위한 장소에 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편은 첫 발리 여행 때 숙소 근처 라이브 바에 갔던 얘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익숙한 팝송이 흘러나오는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그 바가 바로 Laughing Buddha였다. 이번에도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우리 숙소에서도 가까워서 들러보기로 했다.
우붓 거리에서 쇼핑을 좀 하고 저녁때를 애매하게 놓친 시간이었다. 저녁 공연이 막 시작되기 전이라 아직 가게 안은 한산하고, 공연자들이 한편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대기하고 있었다.
공연자들과 입구에서 가까운 자리로 안내받은 우리는 앉자마자 저녁부터 주문했다. 과연 관광지라 그런지 메뉴가 다양했고, 비건 옵션이 있어서 좋았다. 아이는 이미 피곤한 터라 좀 칭얼대기는 했지만, 바나나튀김을 먹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공연을 준비하는 밴드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공연은 “Ordinary People”로 시작되었다. 메인 보컬이 아닌 키보드 연주자가 부르는 노래였는데, 음색이 너무 호쾌하고 매력 있었다. 박자를 타며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을 끌어올리는 나와 달리, 아이는 귀를 틀어막고 말했다.
너무 시끄러워.
역시 무리수를 뒀나 싶어 마음이 살짝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아이는 점차 적응되는지 공연을 보면서 밥도 먹고 제법 잘 앉아 있어 주었다.
남들은 저녁 먹고 와서 가볍게 술 한잔 하며 공연을 즐기고 있는데, 우리는 본격적으로 저녁을 먹는 게 약간 민망했지만, 그루브를 타며 열심히 식사를 했다. 예상보다 맛있어서 더 좋았다. 그렇게 아이의 인내심이 허용하는 한 먹고 마시고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너무 좋아하니 남편도 기분이 좋았던 걸까, 신기했던 걸까.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영상을 찍어주었다. 아무튼 우리는 간만에 즐거웠고 설렜다. 아이가 어느덧 이렇게 커서 바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롭고, 또 앞으로의 여행에 또 다른 가능성이 생긴 것 같아서 신나는 밤이었다.
나도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라이브 바나 클럽에 갔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신이 나서 춤도 추고 했던 것 같다. 그때 엄마, 아빠도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까?
그날 밤, 숙소에서도 음악 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나도 저곳에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