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 이야기

10. Just One 5 Minutes 진상이 되는 시간♬

by 게으른 기록자

'발리 첫 번째 집'*을 첫 숙소로 고른 이유 중 가장 큰 하나는 바로 시내 어느 곳으로든 태워다주고, 데리러 온다는 셔틀 서비스 때문이었다. 처음 셔틀을 요청했을 땐 예상했던 ‘코끼리 열차’ 스타일이 아닌, 검정 승용차에 타라고 해서 알쏭달쏭이었다. 이건 공항 픽업에나 쓰일 것 같은데...? 셔틀버스가 고장 나서 고치는 중이란다. 택시처럼 타고 다닐 수 있으니, 우린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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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픽업을 요청해 차에 탔는데, 차가 숙소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더니 길가에 아슬아슬하게 정차했다. 드디어(?) 다른 일행과 함께 타게 되려나 보다 싶었다. 운전기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통화가 끝난 후에도 혼잣말로 뭐라 뭐라 구시렁거렸다. 우리에게는 다른 팀이 늦는다며 대신 사과를 했다. 우리야 뭐, 공짜로 태워주는데 가릴 처지가 아니다. 몇 분 후, 성인 세 명이 흥이 잔뜩 오른 채 차에 오른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거듭 말한다. 우리는 괜찮다 했고, 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려 새로운 일행이 탈 수 있도록 뒷좌석을 마련해주었다.


차는 다시 출발하고, 아이가 뭐라 말해서 답을 해주는데, 뒤에 탄 할아버지가 먼저 말을 걸었다. 한국인이냐고 물었던 것 같다. 자기는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말소리를 들으면 한국말인지 아닌지 알아맞힐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대화를 튼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꾸따에서 왔다는 그 인도네시안 일행은 원숭이들이 더러우니 몽키 포레스트는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더니 자기네는 집에 원숭이가 몇 마리 있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정말로 원숭이랑 같이 살기도 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면서 열심히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사진 속 ‘원숭이’는 바로 할아버지의 손주들이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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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 서비스를 알차게 이용했던 우리는 드디어 마지막 날 ‘코끼리 열차’를 타볼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발리 여행자’ 하면 떠오르는, 오토바이 뒤에 대롱대롱(까지는 아니지만) 매달린 모습으로 요리조리 쌩쌩 다녀볼 수는 없었던 나는 삼면이 뻥 뚫린 버스를 타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정체가 심한 가운데 어째 좀 돌아가는 것 같은데...? 안 가본 길도 구경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아! 했는데 버스는 우붓 명소(?) 중 하나인 코코마트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지난번 요가를 다녀올 때 후다닥 들러 현금을 찾았던 곳이다.


이번에도 차를 부른 사람은 나와 있지 않고... 기사는 역시 어딘가로 연락을 했다. ‘코리안’ 비슷한 말이 들리는 걸 보니 한국인이 불렀나 보다. 한참을 나오지 않아 내가 들어가서 찾아볼지 고민하며 몇 분쯤 기다리니 웬 남녀가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기사에게 이렇게 말하곤 다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쏘리, 파이브 미닛


엥? 픽업을 요청했으면 장소에 미리 나와 있고, 차가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아챘으면 후딱 뛰어오는 게 상식 아닌가. 그리고 왜 우리한텐 사과 안 해? 그렇게 우리는 무더위 속에서 “파이브 미닛”을 더 ‘기다림 당했’다.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온 그 한국인 그들은 끝까지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불쾌했다. 그사이 아이는 기다리다 지쳐 내 다리를 베개 삼아 잠들었다. 잠들지 않았다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해댔을 것이다. ‘엄마, 왜 안 가?’, ‘왜 삼촌이랑 이모가 다시 들어갔어?’, ‘언제까지 기다려?’ 같은. 대답할 말이 궁했을 텐데 어찌 보면 다행이네…


아마도 생수나 저녁에 마실 술, 안주 같은 걸 샀겠지. 수중에 현금이 하나도 없어 ATM에서 돈을 뽑았을 수도 있다. 그마저도 익숙하지 않아 오래 걸렸을 수도. 이유가 뭐가 됐건 자신들의 여행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여행도 존중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며칠 전 인도네시안들처럼 “쏘리” 한 마디면 우리도 충분히 이해했을 텐데.


우붓의 마지막 장면이 ‘어글리 코리안’들과의 만남이라니, 씁쓸했다. 발리 여행자 카페에 ‘그렇게 살지 마세요’라고 글을 올리려다 남편의 만류로 참았다. 그래도...


그렇게 살지 마세요.




저희 가족은 여행지의 숙소를 ‘○○집’이라 부르곤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총 세 곳의 숙소에 머무르며 첫째, 둘째 그리고 셋째 집이라 불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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