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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Oct 05. 2023

시댁환장곡-11화 달콤한 시간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11화 달콤한 시간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11화 달콤한 시간


연휴 마지막 날 오후를 맞이하고 있다. 내일 출근하려면 밀린 집안일과 이것저것 일들을 미리 해놓으면 연휴 후 일상이 수월하고 여유로울 것이다. 하지만 다 미뤄두고 느지막이 일어나 늦잠 자는 식구들 내버려 두고 혼자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콘플레이크로 디저트로 먹고 배가 불러 고생하고 있는 것이 진짜 현실이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은 자연스레 침대를 찾으니 연휴라는 시간이 허무하고 아깝다. 

연휴 내내 끝없이 이어지는 음식 행렬에 맛있어서, 입맛 당기는 대로, 내키는 대로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해 고생 중이다. 술은 이기지도 못하고 음식도 소화하기 힘드니 입과 위가 따로 놀아 결국은 몸의 주인인 나만 고생한다. 어느 하나에 치우쳤을 때 고생하는 것은 나란 사실에 모든 것은 균형이 중요하고 ’중용’의 미덕을 미리미리 깨우치고 익혔으면 좋았을 것이 후회된다.     

 

더부룩한 속을 달래기 위해 원두를 내려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노트북을 켠다. 연휴 마지막 날 오후에 책상에 앉아 연휴가 시작되었던 지난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일들을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복기해본다. 설 연휴 기간이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낙제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동안 나는 설을 대하는 자세가 숙제처럼, 시험처럼, 보고서처럼 점수화하고 좋았는지, 나빴는지에 급급했던 나를 발견했다. 남편 말대로 너무 의미 부여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신인지도 모른다. 


설 연휴 기간 쓰디쓴 김빠진 독한 양주 맛이었지만 스탠드 불빛, 식어가는 커피 한 잔, 빌려와 쌓여있는 책들, 유튜브에서 재생되는 음악, 그리고 볼 것이 밀려있는 넷플릭스 영화 속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보고, 읽고,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정말 달콤하다. 너무 달콤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잠시 할 정도로 말이다.     


나는 이렇게 소박한 사람이다. 

행복하기 너무 쉬운 사람이다. 

그런데 왜 나의 시댁은 대환장 드라마가 되었을까? 

지금 혼자만의 여유가 너무 달콤한 나머지 극과 극은 통할지도 모르고 불행 끝에 행복이란 희망 섞인 메시지를 떠올린다. 

이렇게 시간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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