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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Oct 16. 2023

시댁환장곡-18화 시어머니의 속마음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18화 시어머니의 속마음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18화 시어머니의 속마음 


너무 며느리 입장에서만 설 명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지금 현재 며느리인걸!

억울하면 글을 쓰던가! 


며느리가 무슨 벼슬이라고 뭐 대단한 독립 운동했다고 이리 당당하고 억울한 일이 넘치는가 싶어 웃음도 난다. 이 글도 말이 버젓이 ‘시댁이야기’라고 명패를 붙여놓았지만 까집고 보면 뒤끝 쩌는 글쓰기라는 것을 무기삼아 우아하게 뒷담 화하는 것이니 말이다. 자고로 나란 사람에게 척을 지면 안 되는 것이 오늘 글쓰기의 교훈이다. 어디 한번 시어머니로 빙의해볼까나! 요즘 유행한다는 소설 아이템 빙의, 회기물이다. 요즘 시어머니 마음은 어떨까나?

     

나이 들수록 뭔 말을 해도 푸념으로 듣고 고분고분 한 자식 하나 없어 하고 싶은 말은 다 삼키고 오로지 덕담만 주고받는다. 새삼 하루도 빠짐없이 모여 뒷담화 호박씨 같이 까던 옆집 할머니 친구가 그립다. 딸네인지 며느리인지 인천 요양병원에 들어간 뒤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하나 알 수가 없다. 막상 죽었다고 해서 연락이 와도 이 나이 먹어서 장례식장에 갈 것도 아니라서 그냥 텔레비전 켜는 게 일이 되었다. 마음 맞는 친구는 하나 둘 세상을 등지고 비슷한 연배 노인들은 안 보인다 싶으면 어디 요양병원에 들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부를 묻잡는 것도 남세우스러울 때가 한두 번 아니다. 


아예 묻지를 않는다. 

들어서 좋을 안부가 이 나이에 뭐가 있다고.      


할 일이 없어서 매일 텔레비전을 보는 게 아니다.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끊임없이 잃어버리는 것의 반복이라는 것을 언젠가 니들도 알게 될 때가 오겠지 하고 말아버린다. 니들도 힘들지? 니들보다 더 오래한 나는 오죽하겄냐. 실은 내가 움직일 수 있을 이만 할 때까지 붙잡고 있는 거다. 사방 쓸쓸할 마음을 더듬어 본다.     


아들, 딸에게 건네받은 용돈봉투가 얇으면 ‘생활이 빡빡한가?’ 걱정이 앞서 뭐라도 싸줄 것을 찾게 된다. 반대로 두툼하면 손주들에게 고스란히 세뱃돈으로, 새 학기에 뭐라도 사주고 사 입히라고 퍼주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 없이 설음식 장만할 능력이 아직은 되고 받은 만큼 되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 감사하다. 이렇게 자식이란 평생 짐인 것이다.     


그러다 이른 저녁에 딸 가족들 들이닥치면 어려운 백년손님 사위 때문에 전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음식 한두 개는 더 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뭐를 해야 하나 끼니 걱정은 다시 시작된다. 

외손자가 어린아이일수록 밥도 해먹이고, 시댁에서 피곤했을 딸이 낮잠 한 숨 편하게 자도록 손주도 봐주어야 할 것이다. 며느리는 하는 거 있으면 몸이 힘들다. 하는 거 없으면 안 하는 대로 마음 불편할 거라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준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하는 거 다 해주고도 힘들고 부담스럽다는 며느리들 눈치에 속에 있는 말 다 하지도 못할 생각을 하니 씁쓸하다 못해 입안이 소태다.     


지는 해를 그 무엇이 끌어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어찌 보면 며느리의 미래가 ‘시어머니’ 아닌가? 니는 평생 며느리로 늙어 죽을 거 같지? 나도 그랬으니께 이해헌다. 못 알아들으니 며느리지.


니가 나 싫어하는 거 안다. 내도 니처럼 좋은 세상에 태어나 공부하고 일하고 했음 이러고 살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부럽버서 그런거지 뭐 별거 있겄냐. 내 속이 이리 좁은지 인제야 알았다. 


더 좋아질 거 있겠냐. 

그냥 지금만치만 살자 잉. 

더 나빠지지 않고 말야. 

이게 최선이여.     


결국 결말은 내가 싫어했던 부담스럽던 존재로 귀결되는 것이었고, 우리는 애초부터 비극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트랙위에 기차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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