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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Oct 15. 2023

시댁환장곡-17화 요즘 시어머니의 현실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17화 요즘 시어머니의 현실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17화 요즘 시어머니의 현실

   

시어머니가 일할 줄도 모르는 며느리를 일 시키면 부당하고 억울하게 만드는 갑질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더구나 아들도 마누라에게 제대로 된 음식 얻어먹고 다니지 못하는데 시부모님 챙기는 걸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거 안다. 우리 집 방식을 알려주고 싶어도 일 부려 먹으려는 심보로 오해받기 쉽고,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불만을 만들기 십상이고 일일이 이야기하며 시키느니 시어머니인 내가 하는 게 빠르고 속 편하다.     


아들, 딸 가족이 오면 하룻밤이라도 자고 가니 이불 빨래를 일단 해놓아야 한다. 요즘같이 까다롭고 예민한 손주들에게 이불에서 냄새난다는 말 안 들으려면 새 이불 꺼내고, 기존 이불은 세탁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대충이라도 청소를 마치고 나서야 드디어 설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설음식이야 뻔하다. 변하지 않는 것 중에 설음식을 써놓는다. 전과 나물, 고기, 생선과 과일이 전부라서 가족들이 모여 저녁 한 끼, 다음 날 아침 끼니 둘러앉아 먹으려면 특색 있는 요리 서너 개는 있어야 누가 들이닥쳐도 당황스럽지 않다. 며칠 전부터 비싸긴 해도 인기 있는 갈비찜, LA갈비, 불고기 재어 놓고 잡채나 겉절이, 물김치를 담가 놓는다. 만두도 빚고 녹두부침개도 부치고 어려서 아들, 딸들이 좋아했던 음식들 두세 가지 해놓고 자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모르긴 몰라도 며느리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시어머니들은 명절 전날 이미 녹초가 되어 버릴 확률이 높다. 해본 사람은 다 안다. 음식 만드는 것보다 장 보는 것이 더 어렵고 고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설날 아침 차례지냐고 아침 먹고 세배만 끝나면 점심 전, 간신히 점심만 먹고 친정 간다고 싹 가버릴 것이고 말이다. 명절 전 딸에게 전화로 훈계 많이 들었고, 알고 있는 지인들 모임에서 이야기 많이 들은 지라 싫은 내색 보이지 말고 보내 주마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미리서 아들이랑 짜고 설레발치는 아들 모습에 짜증이 팍 솟을 수도 있다. 예전처럼 몸이 말을 안 드니 일찍 가주면 밥도 먹지 말고 쉬어야겠다고 일찍 간다는 말이 더 반가울 만큼 지치고, 쓸쓸하고, 서글프다.    

 

나도 시어머니에게 한 만큼 돌려받을 줄 알았지. 참고 입 다무는 것이 적금 들듯이 공을 쌓는 줄 알았지. 시어머니 수발 다 들고, 며느리 눈치 볼지는 정말 몰랐지. 이럴 줄 나도 몰랐지. 세상이 이렇게 사람 배신때릴 줄 알았으면 좀 달라졌을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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