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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Oct 17. 2023

시댁환장곡-19화 시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

시댁환장곡 19화 시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19화 시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시어머니는 올라오시면 아들네든, 딸네이든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거나,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게 하는 일 전부다. 우리가 해남에 내려가면 어머니는 집안에는 안계시고 논으로 밭으로 사방을 다니며 일하고 해남시내 병원에서 물리 치료 받고, 볼 일 보느라 바쁘신데 올라오기만 하시면 오로지 텔레비전 리모컨만 쥐고 흘러간 드라마만 무한 반복해서 보신다. 


잠들어야 하는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마지못해 딸아이 방 침대에 누워 주무신다. 그것도 며칠 시간이 지나면 아예 거실 소파에 베게와 이불을 끼고 잠까지 주무신다. 말은 TV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그냥 시선을 둘 곳을 찾는 건 아닐까 생각 들었다. 


해남에서 어머니는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갖춘 현역 농사꾼이다. 부농까지는 아니지만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할 필요 없는 넓은 논과 밭을 소유하고 있는 마을의 터줏대감이다. 오랜 세월 부녀회장으로 활동해서 마을의 이장까지도 어머니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시내에 나가면 시청, 농협, 병원, 종묘상 두루두루 아시는 분도 많고 85세가 되어서도 기억과 정신이 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를 벗어나게 되는 순간, 할 일이 없어진다. 잠시 들렸다 가는 것이 목적이기에 무엇을 새로 도모하는 것은 쓸데없이 힘을 빼는 것이며 더구나 곧 헤어질 사람 사귈 필요도 없는 것이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의 시어머니는 올라오셔서 퇴근해서 돌아오면 부엌살림, 베란다정리, 옷정리까지 다 해놓으셔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빈말이라도 어머니가 살림 다해주고 편하고 좋지 않냐 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하고 질색팔색을 한다. 지금도 해마다 바쁜 1월 결산시기에 올라오시는데 그냥 포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포기는 했지만 여전히 싫다고 털어놓았다. 아무튼 어머니는 해남에서 올라오시기만 하면 아들네든, 딸네든 속된 말로 ‘쇼파본드걸’이 되어버린다.  

    

보고 있는 드라마를 빌미로 ‘어머니, 이 드라마 평상시 즐겨 보시는 거예요?’ 물어보면 ‘아니, 몰라, 그냥 보는 거야’ 하신다. 본인 할 일이 없으니 주변사람 불편하지 않게 하고 제일 만만한 게 TV보는 것은 아닐까? 어머니는 자식들 집에서 무능력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만 결혼해서 며느리로서 ‘나 자신으로서’ 살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았는데 실은 어머니도 올라와서는 ‘어머니 자신으로서’ 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성질 급하고 목소리 큰 큰아들, 까다롭고 매섭기가 서릿발 같은 둘째 아들, 결혼해서 죽고 살기로 악착같이 남편과 자식들만을 위해서 사는 딸들 때문 아닐까? 며느리든 시어머니든 그리고 누구든 누구 때문에 자신을 잃고 사는 건 슬픈 일이다.     


설 전날 형님네로 건너가는 것은 점심에 간단히 잔치국수 먹고 가자고 해서 멸치 넣고 육수를 만들어 놓았기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예전에는 설 명절이 다가오면 배달되어 온 신문의 편성표를 죽 찢어 잘라놓고 보고 싶은 영화를 색깔 펜으로 표시해놓고 연휴기간 기다리며 보았다.  

    

보고 싶은 영화가 타사방송사간 동시에 방영되었을 때는 어떤 영화를 감상할지 고민을 거듭했더랬다. 하지만 요즘은 본방송을 찾아보는 일이 없다. 케이블tv만 보는 것이 아니라 tv로 유튜브, 네플릭스, 디즈니, tving, 웨이브 등 플랫폼이 다양하다. 설 연휴하면 설날 특집 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설과 영화의 연결고리는 익숙하다. 


설날연휴 가족들이 함께 즐기고 좋아할 영화에 대한 소개와 안내는 넘쳐난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부담 없이 볼만한 영화가 딱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영화는 그냥 앉아서 화면에 몰입하여 보면 되는 만남에서 비교적 에너지가 적게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120분이라는 시간을 꼬박 함께 보는 건 생각보다 편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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