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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Oct 18. 2023

시댁환장곡-20화 시어머니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는?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20화 시어머니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는?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20화 시어머니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는?


넷플릭스로 들어가 어머니가 좋아할 만한 영화 한 편 골라본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고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정작 플랫폼 안에는 영화와 드라마가 넘쳐나는데 말이다.

시어머니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가 뭐가 있을까? 질문을 하며 리모컨을 계속 돌린다. 일단 연세가 있으니 자막 보기도 어렵고, 좋아하지도 않으니 외국영화는 제외, 한국 영화로 좁혀졌다. 호로, 폭력, 형사물 제외하고 너무 야해도 민망하니 로맨스물도 건너뛴다. 폭력적인 거, 야한 거, 너무 조용한 거 빼니 별로 없어 보였다.      


계속 리모컨 돌리다가 괜찮은 영화 ‘써니’를 보았고, 써니는 너무 취향이 어린 거 같아 망설이다 스킵했다. 밝은 이미지 배우 심은경이 주연으로 나왔던 ‘수상한 그녀’를 마침내 픽했다. 평소 좋아하는 배우 나문희가 젊고 예쁜 여자로 변하면서 가수의 꿈을 실현하는 이야기라서 그리고 재미있게 봤던 영화여서 선택했다. 하지만 별문제 없을 거 같은 무난할 거 같은 영화 ‘수상한 그녀’는 전부는 아니지만 극 중 할머니 나문희가 가족들의 불화 특히 며느리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가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젊은 아가씨로 변신하기까지 영화 초반부의 내용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나란히 앉아 보기에 왠지 머쓱했다. 선택한 내가 너무 센스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전에 영화를 볼 때는 조금도 불편한 내용이라 여기지 않았는데 영화초반부 어머니의 반응을 신경을 썼다.   

  

틀니를 빼고 쓰는 모습이 어머니 이야기가 아닌데도 겹쳐 느껴진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들 속 시어머니들 모습은 너무 뻔하고 젊은 사람들의 시선 특히 며느리들의 감정만 투영된 비뚤어진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려낸 모습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는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캐릭터의 개성을 도드라지게 하려고 왜곡하고 유독 강조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노인이 아닌 젊은 층 구매자의 시선과 입맛에 맞게 그려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모두 편안한 영화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쩌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이 영화를 볼 거라는 일이 없기에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써니’를 볼 걸 후회하는 순간 그것도 아니다 싶었다. 암 투병으로 여생이 얼마 안 남은 친구의 부탁으로 과거 학창 시절 친구들을 찾는 과정에서 고생 지지리도 하는 친구네를 찾아가는 장면도 시댁 식구들을 부정적으로 그려내는 모습을 떠올리자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미나리’도 할머니와 손자와 관계를 그려내는 것도 심하지는 않지만 조금 저어된다. 그리고 윤여정, 박근형 노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장수상회’도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죽을병에 걸린 아내 윤여정을 기억하지 못해 펼쳐지는 이야기로 무서운 ‘치매’를 다루기에 아니다 싶다. 그리고 이병헌과 박정민의 연기파 배우가 나오는 ‘그것만이 내 세상’도 결국 어머니 역으로 나온 윤여정이 암에 걸려 죽는 이야기이다. 최신 콘텐츠인 염정아, 류승룡이 나오는 ‘인생은 아름다워’ 뮤지컬 영화는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고 흥겹지만, 남편과 자식을 최고로 알고 산 엄마역 염정아는 폐암에 걸린 환자로 나온다.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는데 어머니와 함께 편하게 볼 영화를 찾아보면서 영화라는 매체가 노인들, 특히 엄마들에게 너무 가혹해 보였다. 영화에서 엄마들은 왜 모두 암에 걸리고 가엽게 죽어가는지 모르겠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너무 표면적으로만 보고 대충 이미지하고 신파조로 표현하면 다인가? 너무 노력을 싸게싸게 하는 거 아닌가? 날로 먹는 아이템이 ‘엄마’라는 이미지이고 망해도 중박은 한다는 상품 그 자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만드는 작가와 감독도 마치 엄마는 젊었던 적도 없고, 꿈을 꾼 적도,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나를 포함한 우리네 자식, 세끼 중 하나이다.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창이 영화라는 매체라면 우리 사회는 ‘엄마’라는 존재는 지고지순한 모성애의 상징으로 그려내고 다르게는 삐뚤어지고 비정상인 욕망으로 표현하거나 촌스럽고, 추하고 결국에는 암에 걸려 죽게 만들어 버린다. 시어머니나 시댁 식구들은 이기적이고 저런 인간 말종이 어디 있나 싶어질 정도로 등장인물의 배경으로 그려진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항상 죽도록 미워하는 관계 외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현실이 내가 차지하고 있는 ‘엄마, 며느리, 딸, 시누이, 시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거 같아 화가 났다. 너희가 뭔데 날 그런 프레임에 가두는데? 제대로 아는 거 하나 없으면서 아는 '척'하고 있냐고 항변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시댁의 문제가 아니라 더 사랑하기에 감정의 골이 깊은 친정의 문제를 포함한 가족의 문제인 것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자유롭고 풍요롭고 더 똑똑해졌지만, 관계의 문제 앞에서 너무 무능력하고 무책임하다.     


마지막으로, 집 안 거실에서 시어머니와 영화를 보게 된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보고 싶은 것을 보면 된다.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이제 드라마보다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등 성인가요 가수들이 대거 등장해서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아니고 노래였다. 그냥 흥겹고 재미있는 거 말이다. 우리가 유튜브 5분 영상에 길들여졌듯이 이제 어머니는 길고 신파적인 드라마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사실, 사람은 늙어도 변하고 진화한다. 다만 아무도 관심없고 알아주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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