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_343일전
제목: 전시 설치는 막노동
오늘 전시 설치일이다.
작년에는 문화예술회관 1층 로비에서 전시하고 1인당 2점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1층 전시장 전체를 대관하고 자연광이 아닌 핀 조명을 받는 미술작품 전용 전시장에서 전시한다. 편리한 교통, 인접성이 좋은 아트홀의 큰 규모와 개인당 5 작품씩 많은 작업을 진행했다. 정량적 평가만으로 작년의 우리를 넘어섰다.
하루 오전 반차를 내고 오전 8시에 전시장 도착해 작품을 설치한다.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모임에 미술 전공한 회원의 남편과 친구분이 없었더라면 설치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가벽을 옮기고, 100호 크기의 캔버스를 벽에 걸고 조명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인테리어 공사장을 연상시킨다.
수평을 맞춘다는 것, 균형이 맞춰주는 중앙을 잡아 고정하는 것이다. 그 수평을 맞추기 위해 세세하게 재고 또 재고 벽에 건다. 작품설치에만 수평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수평을 맞추고 있어야 비뚤어지지 않는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 시작부터 상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표현하는 것은 자유이고 경계도 없지만 누군가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고민은 필수다. 보여진다는 것은 상호작용이며 사회적인 토대를 기반으로 한다.
조명하고 있다는 것,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메시지이다. 그리고 놓치고 싶지 않은 현재이며 발전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상징한다. 조명은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든 빛은 그림자를 만든다. 빛과 그림자처럼 모든 것에는 명암이 있다. 선택이 아니라 그냥 하나이다.
작업의 더딘 진척을 보고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몸은 이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지만 마음은 그곳에 가 있다. 늦게까지 마무리하자는 마음으로 퇴근 후 부랴부랴 달려갔는데 정말 매직처럼 완성을 향해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손과 발이 맞으려면 마음이 같아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불가능한 것들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의 경험은 눈물이 난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감동적’이라는 그 믿어지지 않던 말이 현실이 되어 내 가슴을 움직인다.
종일 종종거리고 집중했더니 발바닥이 뻐근하다. 오후 잠시 일을 마무리하고 일터와 전시장 픽업서비스를 해준 남편 덕분에 수월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오늘의 발견, 전시 설치는 막노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