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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May 27. 2024

기억이라는 이미지

오늘의 발견_344일전

제목: 기억이라는 이미지


누군가를 기억하는데 많은 이미지가 필요하지 않다.

세세한 이야기보다 기억된 어떤 이미지 하나가 더 명확하다.

각인된 이미지 하나로 기억은 연명한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든다.

선명했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흐려지고, 사라진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변형되고 왜곡되기까지 한다.

기억 그 자체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함께 할 수 없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은 과거이고, 함께 할 수 없는 공간은 부재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사라져가는 기억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작업했다.

친정엄마가 죽은 지 15년이 지났다. 

그리고 85세 나이에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농사를 지으시는 시어머니가 있다. 

점점 친정엄마의 기억이 사라져 가고, 시어머니도 곧 추억이 되어 사라질 기억이 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부재이다.

그리고 기억이란 존재의 부재로부터 성립된다.

사라질 것들이지만 기억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보고 싶었다.

잘 안된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낸다는 것이 쉬운게 아니었다.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해보면 몸으로 처절하게 느껴지는 부문이다.

이번 전시로 기억의 시각화 과정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래서 불만족스럽고 고민이 깊다.

전시 하루 전이다.

작업이 끝났다는 느낌이 아니라 

작업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건 부족하다는 고백이라고 생각하자.

끝났다는 후련함보다 시작한다는 설레임으로 전시를 맞이하자.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의 이미지는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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