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나의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사무실 책상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책상 풍경이다. 정확하게는 책상 왼쪽 공간이다.
왼쪽부터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장 9절 말씀이 있고, 이미경 작가의 동전 하나라도 행복했던 구멍가게 삽화들이 여러 개 자석에 고정되어 있다. 중앙에 딸아이가 똘똘하게 그려준 다양한 내 모습, 그 밑으로 티슈 위에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울버린 레고 마블이 부적처럼 지키고 있다. 보험처럼 아이언맨 저금통까지 우뚝 서 있다.
고양이 종이테이프가 세워져 있고 그 앞에 고양이 열쇠고리 누워있다. 부재중에 누군가 놓고 간 러브와
스마일 마카롱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속 이미지 바로 앞에는 매일의 ‘내’가 존재한다. 그리고 책상 오른쪽 공간에는 어디 흘려도 찾지 않고 쓸 수 있는 똑같은 검정 볼펜들과 오색형광펜들, 각종 스케줄과 메시지가 출력되어 자석에 이중삼중으로 부착되어 있다. 두 개의 모니터를 연결하여 여러 개의 창을 띄어 놓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매일매일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처럼 책상에 모든 것들을 늘어놓고 일을 한다. 한쪽 어깨로 지탱하면서 전화로 업무를 조율하며, 손으로는 메신저로 공지를 띄우고, 새로운 메일을 검색해서 품의서를 작성하고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다.
카톡으로 원격수업하는 딸을 깨우기도 하며, 핸드폰으로 저녁 퇴근에 받아야 하는 책과 먹거리 결재를 하면서 분기별로 들어야 하는 안전, 성폭력 연수들을 이어폰으로 흘려들으며 그렇게 하루가 무한 반복된다. 짬짬이 커피, 물을 번갈아 마셔가며 눈이 침침하고 뻐근하면 책상 선반에 죽 늘어서 있는 영양제 통에서 알약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목구멍에 털어 넣는다. 모든 피로감을 날려 버려줄 거란 희망을 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