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해마다 2월과 3월은 가정, 직장에 행사도 많고 새로 시작되는 일이 많아서 제일 바쁘게 지내는 달이다. 작년 12월 시골어머니께서 김장배추와 무를 택배로 보내신 것을 김장을 담그고 남은 무 대여섯 개 남겨
신문지에 돌돌 말아 부엌 옆 다용도실 선반에 고이 모셔 놓았다. 겨우내 고등어조림에 넣어 먹기도 하고, 무생채를 담아도 먹고, 양지머리 넣고 구수하게 뭇국도 끓여먹었다. 그러고도 한 개가 남았었나 보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 남은 신문지에 싸여있는 무을 잊고서 4월을 맞이했다.
4월 첫째 주 주말 그동안 쌓아 놓은 집안일을 하려고 다용도실에 들어갔는데 돌돌 말은 신문지를 비집고 나온 무청 잎사귀에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노란색 수술을 중앙으로 자리한 얇은 네 잎은 손톱 끝 보라색 물감처럼 번져 보였다.
우리가 먹는 야채들이 대부분 잎 또는 뿌리들이어서 마트에서 구매해 먹는 도시사람들은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만 접할 수가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꽃을 본다는 걸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
외따로 남겨진 무가 신문지 안에서 말라죽지 않고 꽃을 피워낸 노고가 너무나 가상하고 기특하다.
그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도 하려고 거실 테이블 중앙에 항아리 화병에 물을 넣고 무를 꽂았다.
우아하기가 난초 못지않고 분재의 멋에 뒤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