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15. 나, 2012.8.12. 당신에게 인사드립니다
말의 힘이 있으려면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 흐지부지 되는 것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편이다. 그래도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그 중간까지의 여정도 경험으로 남는다는 생각에 많이 도전하는 편이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비의지적으로 종교계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교회를 안 가는 것이 문제였던 과거에서 교회를 가면 문제가 되는 현재에서 일요일 교회참석이 신앙의 전부였던 나에게 지금의 상황이 ‘신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10년이 넘게 교회문턱을 넘나들었는데 정작 나는 성경을 끝까지 읽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답은 성경에서 찾아야 함을 느꼈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매주 수요일 저녁에 줌으로 비대면 성경읽기를 하고 있다.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고 주중의 삶을 잠깐 나누고 돌아가면서 성경을 읽은 것이 어느새 신약을 다 읽어간다. 성경일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메시지성경 신약 한영 판을 온라인중고서점에서 구매했다. 영어성경을 필사하려는 계획에서다. 이틀 만에 배송 온 성경책은 새 책 그대로였다. 필사를 시작한지는 일주일 되어가고 틈나는 대로 ‘부담 없이 쓰자’ ‘포기하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어느 날, 생각 없이 책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맨 마지막장 2012.8.12. 박 정수 목사님이 박 준우라는 분에게 민수기 23:19 성경 말씀과 함께 이 성경책을 선물한 것을 알게 되었다.
중고서점에서 샀지만 새 책처럼 누구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미세한 파본이나 재고물량이 시간이 지나 나에게로 오게 된 줄 알았는데 원주인이 있었던 책이었던 것이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박 정수 목사님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박 준우라는 분에게 성경책을 선물했고 선물 받은 박 준우라는 분은 단 한 장도 읽어보지 않고 책장 어딘가에 꽂아놓았다가 시간이 흘러 중고서점에 까지 팔아버린 것이다. 박 준우라는 분은 박 정수 목사님에 선물에 대한 예의를 안 지킨 것처럼 보였고, 우리가 베푸는 선한 호의는 이렇게 외면되고 묵살될 수 있다는 현실에 굳이 그런 마음을 갖고 살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박 준우라는 분이 읽지 않고 게다가 yes24 중고서점에 팔지 않았다면 9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 나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까?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니 선물을 한 박 정수 목사님과 읽지 않고 팔아버린 박 준우 분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삶 속에서 우리가 베푸는 작은 호의, 선행, 정의들이 그때, 그 사람에게는 전달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묻어지고 의미 없이 소진되어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중 몇 몇은 생명의 씨앗처럼 누군가에 전달되어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도 있겠구나 싶었다. 지금 나의 노력과 선행의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세상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더라도 멈추지 말아야겠다.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시니’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고 ‘인생이 아니시니’ 후회가 없으시도다
어찌 그 말씀하신 바를 행하지 않으시며 하신 말씀을 실행하지 않으시랴 (민수기 23:19)
p.s
박 정수 목사님^^ 주신 말씀 감동되어 감사한 마음 담아 인사드립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21.4.15. 경기도 김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