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독서일기12_북리뷰_너는 나의 시절이다_2021.6.17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시집인가? 싶었다. 그리고 책 표지를 보고선 사랑에 대한 에세이 책이구나. 했다. 결혼하고 남편을 챙기며 아이들 키우며 일 하는 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사랑을 잊고 살았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바쁘고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말이다. 사랑을 해서 한 결혼이라도 결혼은 사랑을 더 이상 쟁취해야 할 대상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점점 결혼했는데 무슨 사랑이야’라는 말을 하게 된다. 내 젊은 시절 되돌아보면 사랑 빼면 시체였는데 지금은 사랑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도 같다.
<너는 나의 시절이다>는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생각과 본인의 가족들을 통해 느낀 작은 일상에서 느낀 사랑의 감정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엮은 에세이집이다. 그리고 제목 밑에 ‘당신의 그 어떤 순간에도 사랑을 잃지 않기를’ 이라고 쓰여 있다. 이 문장하나가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나름의 착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적어도 맞든 맞지 않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신만의 사랑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부담 없이 다가갔고 쉽게 빨리 읽힐 줄 알았다. 담백한 어조와 잘 정돈된 구성 때문에 글을 읽어 가는데 물 흘러가듯이 잘 읽혔다. 하지만 본인의 경험과 깊이 있는 사고가 돋보이는 문장들에서 누구나 느꼈을 사소한 일상과 스치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붙잡고서 많은 생각과 성찰을 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 한편, 퇴근 후 한편씩 아껴서 읽느라 좀 오래 걸렸다.
이글들이 어떻게 써졌을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코로나로 온 세계가 들썩거렸을 2020년 매일 똑같은 뉴스와 반복되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가족과 일상을 지키며 사랑으로 채워나간 삶의 기록으로 보였고 작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내와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낸 후 아내와 아이가 잠들고 난 뒤 책상의 불빛 아래 수많은 새벽시간들의 결과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랑이라고 쓰고 삶이라고 읽어야 한다. 물론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삶 속의 사랑이고 우리가 사는 삶속에 사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작가의 생각과 일상을 통해 일관성 있게 이야기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제일 사치스러운 것은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 어렵다는 현실에서 제일 먼저 치워지는 것은 사랑이다.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제일 먼저 미뤄지는 것도 사랑이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면서 이젠 사랑은 됐고 빨리 기반을 닦으려고 했고 아이들이 크기만 바라며 살았다. 살아보니 항상 기반은 부족했고 아이들은 몸은 컸지만 그 나이마다 새롭게 겪어야하는 이슈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현실적인 이유로 미루고 소홀해지면 어느 날 문득 삶은 건조해지고 빈상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거 같다.
한자 한자 눌러쓴 작가의 진심이 느껴져서 사랑이야기가 상투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감동적이고 마음에 담게 된다. 줄 그어가며 나름의 코멘트를 적어가며 읽었다. 다 읽고 기말고사준비로 정신없는 딸에게 시험 끝나면 읽어보라고 권하다. ‘엄마는 좋았는데 너도 읽어봐 나는 검은색 펜으로 줄긋고 코멘트 달았는데 넌 파란색으로 줄긋고 코멘트 달면 어떨까? 서로 어떤 부분에서 공감이 되는지 읽으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계기도 될 거 같지 않니? 주제와도 어울리는 독서방법이 될 거 같아’ 돌아오는 대답이 일단 긍정적이다. 딸이 다 읽은 뒤 아들에게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아들이 군대휴가 나오면 복귀할 때 권해주면 또 이야기와 공감이 쌓이지 않을까?
사랑이라는 주제는 너무 흔하지만 또한 사랑하면서 살기가 제일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이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사랑이 퇴색된다는 것을 느끼며 포기도 하면서 살았던 것도 사실이다. 젊은 시절 뜨겁고 열에 들뜬 사랑은 이제 바라지 않지만 사물과 사람들에 대한 시선과 손길에 사랑이 머물길 바란다. 사랑이 변하는 게 너무 싫어 잃어버리고 살았는데 지금은 색깔이 변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하는 몸뚱이, 점점 중년에서 노년의 끝에 서서 삶이 참 부질없어질 그때에 남아있을 것들이 몇이나 될까? 따지고 보면 우리주변에 있는 것들 예를 들면 건강, 명예, 돈, 가족, 직장, 친구들 모두 시간이 지나면 변하고 나를 떠난다. 그래도 남겨질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사랑이면 후회가 덜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놓치지 말아야 하고, 상대방에게 따뜻한 손길 건네야 후회가 안남을 것이다. 너무 뻔한 대답이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추구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사랑 아닐까? 답을 해본다.
작가는 책 서문에 나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당신의 사랑 이야기에 닿는다면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 것 같다고 썼다. 그렇다면 나는 작가에게 성공했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