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다’, ‘미스터리다’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될 때 쓰는 말이다.
나에게도 정말 신기한 버릇이 있다. 평일에는 남편이 깨우거나 쉬지 않고 집요하게 울리는 알람이 있어야 간신히 일어나는데 토요일 일요일에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나의 이런 버릇을 처음엔 몰랐는데 주말 아침 남편을 깨울 때 남편이 어처구니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해서 알게 되었고 진짜 신기하게도 평일에는 스스로 못 일어나고 주말에는 스스로 일어나는 나를 발견하고 나니 어이가 없긴 하다. 나란 존재는 평일에는 어디에 구속된 삶 속에서 수동적으로 살고 주말에는 내 삶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능동적으로 되나 본다고 나름 결론지었다.
오늘 아침에는 일찍 눈을 떴어도 서두르지 않는다. 딱히 급하게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해야 할 일이 많이 쌓여있기는 하지만 그냥 늦장을 피워도 마음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매주 작은 과제나 몇 주에 한 번씩 소논문 과제들로 주말 아침에는 일어나 관련 책을 찾아보거나 읽으며 보내서인지 마감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여유롭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한다. 그동안 남편이 계속 허리통증을 호소했는데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해서 며칠 불편하고 아프다 낮겠거니 했는데 허리 오른쪽 엉덩이 위쪽이 계속 아프다고 하니 신경이 쓰였다. 잘못된 자세로 인한 통증이겠거니 아니면 노화로 인한 또 다른 증세라고 생각하고 넘기기엔 아파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토요일 일찍 병원을 가자고 마음먹고 나선다.
정형외과 치료가 처음에는 엑스레이도 찍고 물리치료 등 이것저것 할 것이 많다. 그리고 입원실을 보유하고 있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정형외과는 외래환자뿐만 아니라 입원환자들의 진료까지 해야 해서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그리고 토요일 진료는 모든 의사가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에 이것저것 소요한 거리를 함께 챙긴다. 핸드폰과 이어폰, 읽고 있는 책, 노트와 필기구를 챙긴다.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 신청을 하고 대기를 하며 기다린다. 나는 모든 검사가 끝난 후 의사 면담 시에 동석만 하면 딱히 할 일도 없어 편한 소파 의자를 차지하고 핸드폰으로 조성진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병원 진료대기실 소파와 클래식 음악과 책을 읽는데 문득 창밖에는 작은 빗방울이 내리다 말기를 반복한다.
배경은 좀 그렇지만 나름 우아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의 완벽을 위해 옆 건물 스타벅스에 가서 오늘의 커피 한잔과 딸기요거트를 사 온다. 넓은 소파 의자에 편한 자세로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아껴있는 책을 읽고 거기에 좋아하는 브랜드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주말 아침은 참 마음을 평안하게 만든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의 비를 보면서 문득 이 모든 상황이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을 한다. 한두 모금만 마시고 바닥에 엎지른 커피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병원 관계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청소 여사님이 오길 기다린다. 기다리는 이 시간에 나만의 방법으로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도취해 사진을 찍으려다 주의가 소홀한 순간 커피를 쏟아버렸다.
다행히 주위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고 여사님도 괜찮다며 나를 위로하셨다. 불과 5분 전만 해도 편안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커피 한잔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창피하고 청소 여사님에게 미안해 눈치를 살피는 나를 보면서 완벽하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착각 중의 하나인가를 깨닫는다.
비가 오는 날 커피 한잔은 완벽하게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엎어진 커피 한잔으로 완벽하게 분위기는 반전된다. 완벽하다는 것은 어쩌면 개인적인 착각일 수도 있고 순식간에 반전될 수 있는 불완전함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가 삶에서 추구하는 완벽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사회적 성공, 경제적 자유, 좋은 학벌, 아름다운 외모, 여유로운 삶의 조건들 말이다.
어느 토요일 아침, 내가 낯선 병원 진료대기실에서 느낀 그 완벽함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식간에 틀어질 수 있는 불완전한 한 때일 수도 있다는 것도 느낀다.
그리고 엎어진 커피 한잔으로 속상하기보다 치워주신 여사님의 손길과 아직 남아있는 내 음악과 책으로도 다시 완벽한 분위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느낀다.
완벽이라는 것도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마음에 달려있음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