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는 집에서 가장 그리운 반찬 중 하나는 생선구이다. 나물은 아쉬운 대로 반찬가게에서 사먹을 수 있지만, 생선구이는 식당에 가야 그나마 맛있는 놈을 먹을 수 있다.
독립 후, 손바닥만한 원룸에서 호기롭게 고등어를 굽다가 후회한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다. 거실과 부엌과 안방이 구분되지 않은 공간에서 생선을 구우면 식탁(이라고 부르고 밥상이라고 읽는)에서도 침대에서도 고등어 냄새가 진동을 한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몇날며칠은 집안 구석구석에 고등어가 둥둥 떠다녔다. 옷걸이에도 냄새가 배면서 입는 옷마다 고등어 비늘이 묻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다신 집에서 고등어를 구워먹지 말아야지, 고민한 지 두어달 지났을까. 혈중생선농도가 떨어졌다. 오피스텔로 이사 간 뒤 원룸에서의 과거를 새까맣게 잊은 듯 다시 고등어 굽기에 돌입했다. 오피스텔이라고 원룸과 다를 게 없다. 프라이팬 위 물기 묻은 고등어는 맹렬히 기름을 튀겨댔다. 며칠은 눈앞에 고등어 냄새 분자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편하게 먹기 위해 대안으로 찾은 대기업산 렌지용 생선은 맛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한참 뒤에 에어프라이어라는 획기적인 발명품을 발견하고 고등어를 구워먹기 시작했는데 엄마가 해준 것 같은 바삭하고 딴딴한 식감은 없었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었는데 내가 구운 생선은 일단 보관이 쉬운 냉동제품이라 맛이 떨어졌고, 기름칠이라도 조금 하고 구워야 껍질이 바삭해지는데 이 과정도 생략하니 니맛도 내맛도 아닌 생선이 돼버렸다.
어릴 적 엄마는 시장에서 두툼한 자반고등어 두 마리를 사와서 부침가루옷을 얇게 입혔다. 여기서 포인트는 카레가루를 한두꼬집 넣는 것이다. 가루들 사이에 섞여 보일 듯 말듯한 노란빛은 생선구이를 비린내 없이 만드는 킥이다. 고등어 짠내에 카레까지 얹어졌으니 간은 따로 필요 없다. 그저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예열된 프라이팬에 고등어를 척, 척, 올려놓으면 된다. 기름이 어지간히 튀는 게 아니다. 그럴 때를 위해 준비해놨다는 듯 어디선가 신문지 한 뭉탱이가 튀어나온다. 엄마는 프라이팬 위에 신문지를 가볍게 올려놓고 고등어가 익기를 기다린다. 이러려고 만든 신문이 아닌데….
기름 튀는 소리가 잦아들 무렵, 엄마는 신문지를 들춰내 고수의 손길로 고등어를 뒤집고는 다시 다른 음식 준비로 바쁘다. 엄마는 보통 멀티플레이어가 아니어서 생선을 구우며 나물을 무치며 국을 끓이는 것 정도는 예삿일로 해치웠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구워진 고등어는 ‘겉바속촉’이 제대로다. 나는 보통 바삭한 겉껍질만 먹고 동생한테 생선살을 맡겼다. 편식이 심했던 둘째는 대부분 나를 무시했고, 식탁 앞에서 투닥거리면 엄마한테 혼나는 코스로 식사가 진행됐다.
엄마는 시장에서 수급되는 생선 종류에 따라, 그날 주머니 사정에 따라 삼치며 고등어 같은 생선을 구웠다.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두툼한 갈치는 거의 못 먹은 것 같은데 조기나 꽁치는 그래도 꽤 자주 식탁에 올랐다.
지금에서야 겉이고 속이고 없어서 못 먹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생선이 싫었는지 모르겠다. 맛있는 고등어 두 마리는 대부분 가운데 살만 깨작거린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다. 막 구워 가장 맛있을 때도 손이 안 가는데 두 번, 세 번 데운 생선에 젓가락이 갈 리가 없다. 모르긴 몰라도 생선은 대부분 엄마 차지였을 거다.
한참 뒤에 엄마에게 생선 냄새가 빠지는 방법을 물어본 적이 있다. 자취방에서는 아무리 해도 생선 냄새가 안 빠지는데 엄마네는 집이 넓어서인지, 아파트여서인지 냄새가 난 기억이 거의 없다.
엄마는 말했다. “냄새 빠지는 비법? 그런 거 없어. 우리집도 생선 한번 구우면 하루 종일 환기시켜야 돼.” 내 코가 무딘 거였을까, 밥상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었을까. 가족들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 엄마의 모습이 이제야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