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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YOUR FATHER Feb 16. 2017

준비된 아빠가 축제를 누린다

임신한 아빠의 생존 tip


올 겨울 한파는 유난하다. 서울에서도 영하 20도 내외의 체감온도가 느껴질 정도였다. 기상청에서는 ‘조만간 평년 기온을 회복하고, 큰 추위가 없겠다’고 하지만, 막상 시간이 흘러 ‘평년기온’이 찾아와도 여전한 추위에 도통 움츠린 몸을 펼 수가 없다. 


겨울은 춥지만, 축구는 뜨겁다. 유럽축구는 겨울 이적시장을 맞이해 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하고, K리그는 새 시즌을 앞두고 전력 보강이 한창이다. 유럽의 겨울 이적시장은 1월 한 달, K리그의 이적시장은 보통 3월 초까지 이어진다. 현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 혹은 둥지를 옮겨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싶은 선수들은 자신이 뛸 수 있는 새로운 팀을 찾기 위해 혈안이다. 팀들 역시 마찬가지다. 활용도가 낮은 선수를 정리해 전체 연봉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이적료를 받는다. 더불어 당장팀에 필요한 선수를 낮은 이적료와 몸값에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진다. 


수와 팀의 입장이 조금씩 다를 것 같지만 결국 모두에게 관건은 결국 ‘활용 가치’다. 선수의 활용 가치를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가진 기량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제껏 출전 기회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감독의 출격 지시만 떨어진다면 언제라도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 팀을 위해 100%를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준비된 선수 만이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올 겨울 가장 돋보이는이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중국 슈퍼리그의 장쑤 쑤닝으로 이적한 하미레스다. 첼시는 무려 431억 원의 이적료를 챙겼고, 하미레스는 10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보장받았다. 첼시와 하미레스 모두 만족할 만한 ‘딜(Deal)’이다.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선수의 ‘이적’에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함께 만들어갈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수 백억을 준다고 해도 아내의 뱃속 아기와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점, 부부의 분신이 생긴다는 점에서 그깟 축구팀의 선수 이적 따위와는 의미가 다르다. 그래도 축구 선수들의 성공적인 이적에서 분명 배울 것이 있다. ‘준비된 자 만이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통해 엄마와 아빠 모두 건강한 상태에서 임신에 ‘골인’한 부부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일 수도 있다. 


혹시 아내와 사랑을 나누기에 앞서 연말연시 송년회에 한동안 술을 잔뜩 먹었던 것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을지, 자기밖에 모르는 상사의 꼰대 같은 말과 행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한 이틀 내내 하루에 두 갑씩, 줄담배를 뿜었던 것이 어떤 영향이 있을지 궁금하고 또 불안하다. 종일 검색창을 띄워 놓고 지식인을 뒤져봐도 속 시원하게 정답을 알려주는 이들은 없다. 이미 별 탈 없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회사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별 걱정을 다 한다’는 성의 없는 핀잔을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죄스러움에 아내에게 먼저 말을 꺼낼 용기는 나지 않는다. 


이미 어쩔 수 없는 일. 이제는 신의 영역이다. 어쩌면 아내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진정 원하는 정답은 ‘안심’이 아닐까? 벌어진 일에는 왕도가 없다. 시간이 약이다. 앞으로 지낼 시간을 더 건강하게, 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끌어가면 된다. 뱃속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면, 아내가 더욱 편안하게 태교를 할 수 있도록 힘껏 도와주고 언젠가 만날 그 날을 함께 준비하면 될 일이다. 간절함과 미안함을 모두 씻어내고 잊어내는 것이 살 길이다. 지금부터라도 건강하게 살자. 늦지 않았다. 당신은 아빠다.


Tip - 컨디션 유지는 ‘Yes’ 보안 유지는 ‘No!’ 

이적시장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보안유지’ 다. 누군가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새어나가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가 임신한 경우 ‘보안유지’는 금물이다. 혹시 임신 전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행동을 했다면 아내에게 숨기지 말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좋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솔직함 앞에서 장사는 없다. 


[ 이 글은 맘앤앙팡(http://enfant.designhouse.co.kr/) 2016년 3월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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